대바구니에 줄을 달아 고기를 잡던 모습 등등 그렸으면...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봄이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지만

제주에는 벌써 매화꽃망울이 한창이다.

봄은 향기로 느끼고

봄은 맛으로 느끼고

봄은 풍경으로 느낀다.

시우물 ‘한뼘텃밭’에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삼정복지회관 담벼락에 줄줄이 매달아 놓은 화분에

올해는 어떤 꽃들이 즐겨 필까.

색색의 옷을 갈아입듯

꽃들도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별꽃이며 봄까치꽃이 돋아나

봄을 재촉하고 있다.

봄바람이 부른 날엔 바람개비들이 일제히 돌고

길거리에 나선 아가씨들의 차림이 산뜻해질 것이다.

아이들의 자전거 타는 그림 속에

투영된 햇살이 아름답고

밤이면 달빛이 아름답다.

 

그런데 삼정동 한뼘텃밭 보다는

'시우물 한뼘텃밭'으로 이름 지었으면 어떨까 싶다.

삼정마을이 시우물이었으니까.

우리네 마을 전통 이름들을 살리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

만세 부르는 모습도 좋지만

삼정복지회관 바로 앞이 ‘동부간선수로’

즉, 데부둑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식했다면

데부둑에서 쑥을 캐고 냉이를 캐던 아련한 모습

데부둑에 얼음이 얼면 썰매를 타던 모습

대보름날엔 데부둑을 달리며 연을 날리던 모습

여름날 동부간선수로에 물이 가득 차면

물 속에 들어가 큼직한 칼조개를 잡던 모습

뜰채로 고기를 잡던 모습

대바구니에 줄을 달아 고기를 잡던 모습

그런 모습들이 그려졌으면 어떨까.

거기에다 데부둑 바로 옆이 철길이어서

꼬마 화물열차가 기적소리를 내며 지나가던 모습

꼬마 화물열차 꽁무니에 올라타고 만세 부르던 아이들 모습

그 모습을 보며 화를 내기는커녕 미소를 답하던 기관사 모습

그런 것들이 담벼락이나 다른 곳의 그림으로 그려져서

아이들에게 소중한 시우물의 역사를 알게 하고

시우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지금은 차량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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