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저만치서 눈치만 보고 있다
눈 내린 날 저녁, 중앙공원은 화사하다
나무마다 눈꽃이 피고
눈밭에서 개들은 자유롭다
소보록하게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은 눈송이
흰옷 입고 서 있는 느티나무들
작디 작아 손바닥만한 개천에도
눈꽃이 열린다
일년내 돌지 않는 물레방아에도 쌓이고
흰철쭉이 외등 빛을 받아 화사하게 피어난다
감빛 저녁노을이 낮게 깔리고
희망의 날개 탑 꼭대기에도
흰까마귀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어둠이 검은 옷자락을 흔들며 내려앉아도
잔디밭 눈사람이건 버즘나무 우듬지건
결코 어두워지지 않는다
흰빛이 세상을 점령했기에
어둠은 저만치서 눈치만 보고 있다
한도훈(시인, 부천향토역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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