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 벽화 위로 눈물처럼 떨어지는 낙수(落水)

 눈 내린 뒤 대장마을에 고드름이 열렸다

                      나방 벽화 위로 눈물처럼 떨어지는 낙수(落水)

 

아직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대장마을은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

슬레이트 지붕, 기와지붕, 콘크리트 지붕이 섞여 있다.

지붕 위에서 떨어지는 낙수물은 음악이었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겨울바람

아기의 울음

문짝 삐걱이는 소리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

물 떨어지는 소리

멀리서 개짖는 소리

잡음처럼 들리는 소리들은 정겹고 다정했다.

이 소리들을 지우고 거기에 음악을 깔면

한편의 서정적인 풍경은 되겠지만

일상의 삶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아 있게 된다.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켜주는 나비 벽화

꽃 벽화

그 벽화 위로 눈물처럼 떨어지는 낙수(落水)

고드름도 제각각이다.

사람들의 형상이 제각각 이듯이

동물들의 형상이 제각각 이듯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사물들이 제각각 이듯이

지붕골을 타고 내려오는 고드름도 제각각이다.

이게 다름의 철학이다.

이게 변화의 철학이다.

이게 길고 짧음의 철학이다.

이게 조화의 철학이다.

눈 내린 뒤 날이 따뜻해지자

대장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노오란 나방이 날아올랐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