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솟대가 있구나!

 

 대장 들판에서 만난 노을이다. 

둘레길이라고 솟대도 세워놓고
길안내도 멋지게 만들어 놓았는데
퇴근길이라고 차들이 쌩쌩 달린다.
노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다.
아, 솟대가 있구나!
저녁 들판을 헤매는 재두루미하며
청둥오리떼만 자유롭다.
아니, 자유롭지 않다.
트럭들이 무차별적으로 들락거리는 소음으로
귀까지 멍멍하다.
부천에서 하나남은 이 대장들판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까.
둘레길도 만들어 놓았으면
찻길 따로 사람길 따로 해놓아야 하는데
그냥 표시만 해놓는다고 둘레길이 되는지...
찻길에 금만 죽 그어놓으면 둘레길이 되는 것인가.

사람이 다니지 않는 둘레길에서
저녁 노을에게 경배를 한다.
오로지 노을만이 나를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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