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절반 든 것이 가장 맛있다

  

 

 부천역 상상거리에 있는 쭈꾸미하가

 

◆ 주꾸미가 아니라 쭈꾸미로 불러야...

 부천역 근방에 가면 ‘아주 맛있는 쭈꾸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상상거리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쭈꾸미하가의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천로 9번길이다. 곧바로 계단을 올라 이층으로 간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기도 한다.

 쭈꾸미하가에 들어서면 듬직한 하진철 사장이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맞아준다. 따뜻한 실내가 포근하게 감싸준다.

  콩나물신문 조합원들이 번개 모임을 쳐 한자리에 모였다. 쭈꾸미하가 하진철 사장도 조합원이다. 부천역 근방에 살고 있는 조합원들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모인 번개여서 화기애애했다.

 미리 예약을 해놓아 아늑한 곳에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쭈꾸미하가의 특별메뉴인 ‘쭈꾸미세트’를 시켰다. 쭈꾸미볶음이 일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워낙 쭈꾸미를 좋아하는 편이라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입맛부터 다셨다.

 쭈꾸미하가의 하진철 사장의 쭈꾸미 예찬이 바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요즘 쭈꾸미 요리가 한창 유행이라 그 의미부터 살폈다.

 쭈꾸미는 전라남도와 충청남도에서는 쭈깨미, 경상남도에서는 쭈게미라고도 불린다. 흔히 '쭈꾸미'로 부르기도 하지만 '주꾸미 '가 정확한 이름이다. 표준어. 그런데 주꾸미 보다는 쭈꾸미가 더 어울린다. 짜장면을 한 때 자장면으로 표기했다가 자장면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없자 어쩔 수 없이 표준어로 짜장면을 인정했듯이 쭈꾸미가 표준어로 등록되어야 맞다. 주꾸미로 부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쭈꾸미는 문어과 연체동물이다. 문어과에서 쭈꾸미 동료로 불리는 것은 문어가 있고, 왜문어, 낙지가 있다. 다 쭈꾸미만큼 맛있는 음식 재료이다. 문어나 낙지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문어는 극진한 대접을 받아 제사상에도 오른다. 낙지는 목포의 세발낙지가 유명하듯 미식가들 사이에 최상의 해산물로 귀여움을 받는다. 낙지에 대한 요리가 다양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문어나 낙지에 비해 쭈꾸미는 천덕꾸러기이다. 통째 말려지거나 젓갈로 담겨지지도 않고 다양한 요리 방법이 개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문어나 낙지에 비해 몸집이 작아 한 입에 쏙 들어가고 살이 무르고 깊은 맛이 적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다가 요즘 들어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다.

 쭈꾸미는 이월이 지나고 삼월 동백꽃 필 무렵에 알을 품는다. 이 때의 쭈꾸미의 맛이 달디 달아 낙지는 저리가라이다. 쫀득한 식감도 문어에 버금간다. 이 때에는 문어나 낙지하고 동급 취급을 받는다.

 

 ◆ 알 밴 쭈꾸미가 잡히는 계절

 쭈꾸미는 서해안과 남해에서 주로 잡힌다. 바다속 수심 10m 정도의 연안에서 산다. 밤에 먹이 활동을 하고 낮에는 바위 틈 같은 곳에 숨어 지낸다. 천적을 무서워하기 때문.

 쭈꾸미는 다리가 여덟 개다. 자그마한 몸집에 다리가 여덟 개라니...다리 위에 눈이 있다. 우리가 흔히 머리라고 하는 부위는 몸통이다. 몸통을 가지고 눈이나 머리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몸통에 내장이 들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울릉도에서 오징어내장탕이 유명하지만 쭈꾸미는 워낙 체구가 작아 내장탕 끓이기는 쉽지 않다.

 바다물 속에서는 바닥을 엉금엉금 기기도 하고, 몸통에 물을 넣었다 뿜으면서 로켓처럼 날기도 한다. 로켓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은 경이롭다. 서식하는 지역도 문어와 낙지의 중간 지대쯤 된다.

 쭈꾸미는 겨울 동안에는 찬 바닷물을 피해 약간 깊은 바다에서 산다. 깊은 바다의 수온이 일정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안다. 지금처럼 날씨가 풀리면서 서서히 연안으로 나온다. 봄이 되었다는 신호를 알아채는 것이다. 자연의 생물들이 봄이라는 계절을 알아채고 짝짓기를 하는 것은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봄이 되면 먹이 활동을 왕성히 하면서 알을 품는다. 어부들이 쭈꾸미 잡이를 시작하는 것도 이때이다. 알이 배어 있는 쭈꾸미가 맛이 정말 좋기 때문이다. 단지 식감을 위해 종족 보존을 위해 알밴 쭈꾸미를 잡아먹는 인간들도 참 잔인하다고 해야 할까.

 

  ◆ 알이 절반 든 것이 가장 맛있다

  쭈꾸미는 본격적인 봄이 되어 몸 속에 들어 있는 알을 배출한다. 이 산란 후에는 맛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살의 단맛도 없고 쫄깃함도 없다.

 그런데 알이 꽉 찬 쭈꾸미도 맛이 덜하다. 알에 영양분을 다 준 상태이므로 살의 맛이 떨어지는 것이다. 알을 낳고 급격하게 늙어버리는 것이다. 늙은 쭈꾸미가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알이 절반 정도 든 것이 가장 맛있다. 이때의 쭈꾸미는 다리는 회로 먹고 몸통은 삶거나 쪄서 먹는 것이 좋다. 다리의 살이 달아 어설픈 낙지보다 낫다. 알이 꽉 찬 쭈꾸미의 경우 삶거나 쪄서 다리는 버리고 몸통만 먹기도 한다.

쭈꾸미의 진미는 몸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입안에서 씹히는 오독오독한 식감이 일품이다. 몸통 안에 든 알의 쫄깃한 맛...잊을 수가 없다.

 

 ◆ ‘쭈꾸미하가’의 쭈꾸미 볶음

 쭈꾸미볶음이 나왔다. 은은한 불맛까지 더해져 있었다. 매운 고추가루로 버무려 놓은 쭈꾸미볶음이었다.

 그런데 쭈꾸미 몸속에 알이 없었다. 알이 없는 쭈꾸미 요리에는 볶음이 최고이다. 쭈꾸미가 몸속에 알을 저장해 놓지 않고 몸속을 비운 것이다. 그러기에 쭈꾸미 살의 연한 맛을 느끼며 먹는다. 볶음으로 인해 생겨난 쫄깃한 식감이 입안을 적신다.

 봄에 알이 밴 쭈꾸미를 먹기 전에는 냉동 쭈꾸미를 먹을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쭈꾸미볶음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알싸하게 혀끝을 감쌌다.

 이렇게 쭈꾸미하가에서 번개모임이 시작되고 끝이 났다. 쭈꾸미를 먹는 중간중간에 콩나물신문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한 순배 돌았다. 물론 소주도 몇 병 날라져 와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

다들 쭈꾸미에 취하고 소주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했다.

                                                                      한도훈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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