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딱 십초짜리 해

 

공항골프장으로 도배될 오쇠리 습지에서

만난 딱 십초짜리 해였다.

온통 구름에 잠겨

이 시대를 대변하는 듯 하던

날씨에서

얼굴 한 번 내밀어 주었다.

 

오줌은 마렵지

전화는 오지

카메라는 무겁지

해는 금방 사라지려 하지

길은 질척거리지

비행기 소음은 크지

봄 되어 개울물 소리는 작지

버드나무에 물이 올라

늘어지기 시작한 가지

 

그때, 전설처럼 나타난 해이다.

무작정 찍고 또 찍고

자동으로 놓고 갈겼다.

자동소총이 이 모양일까

드드드득 카메라 셔터 소리에 내가 놀랐다.

그렇게 해서 겨우 건졌다고 할까.

아니면 하늘에 날아오르는 해 한마리 잡았다고 할까.

 

이 오쇠리 습지가 소래습지처럼

조금만 다듬어져

사람들, 들새들, 금개구리 품에서

자유롭게 놓아졌으면...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