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민연합 백선기 전이사장

    '나눔'과 '살림', 부천 시민사회 운동의 산증인

   부천시민연합 백선기 전이사장

 

   Q 며칠 전, 부천시민연합에서 퇴임했는데, 소감을 말씀하신다면? 

   A 보통 직책을 물러날 때 사람들은 시원섭섭하다 하는데 저는 ‘고마움과 안타까움’이라는 2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마움은 그동안 저나 부천시민연합에 함께 해주신 회원들과 지역사회의 선배동지들의 성원에 대한 감사이고요. 안타까움은 회원들의 요구와 선배 동지들의 여망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죄송함이라고 생각합니다.

  Q 부천의 일꾼으로 큰 맥을 이루고 30여년 활동하신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 한 말씀 주시죠.

   A 저는 대학을 다니면서 했던 학생운동을 마치고 노동현장으로 이전해서 활동을 했습니다. 이른바 80년대 당시 유행했던 위장취업과 노동조합활동 하면서 위장취업이 계기가 되어 아예 부천에 정착했습니다. 그 당시 공장에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면서 1991년부터는 부모님까지 모시고 살게 되어 완전한 부천시민이 되었던 거지요.

그러니까 전북 고창이라는 고향에서 태어나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16년 산 것보다 훨씬 오래 살아 제 2의 고향이 된 셈입니다.

  Q 부천에서 노동운동을 하였는데, 그 사업장은 지금도 있나요? 이후 활동은?

   A 마지막 다니던 공장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1991년 회사와 노동조합을 정리하고 노동단체인 한길노동연구소를 창립하여 일하면서 노동운동에 대해 지지하고 지원활동을 하는 본격적인 노동운동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두고 지역차원의 여러 활동을 하면서 부천지역민주운동협의회 부의장, 민주주의민족통일부천연합 의장으로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 지역운동을 전개하면서 민주정부수립투쟁과 범민족대회참가, UR반대운동과 성주산살리기운동, 5.18특별법제정운동과 통일음악회, 국민승리21운동과 노동법 안기부법 반대운동 등 실로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직책은 의장이란 직책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하고자 하면서 권위적인 명칭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Q 그럼. 노동운동에서 시민운동으로 전환하게 된계기는?

   A 90년대에는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지역운동을 하게 되는데, 1997년의 평화적인 정권교체와 IMF관리체제 이후에 우리 사회의 변화를 평가하면서 이제는 더욱 다양화된 시민의 요구와 시대의 과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사업의 형태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년여의 준비 끝에 1999년 당시의 부천연합 산하 노동,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시민단체인 부천시민회와 각계의 지역인사를 포함하여 하나의 단체인 부천시민연합으로 통합해서 재출발하게 되었지요. 부천시민연합은 과거의 부천연합과는 단체의 성격은 물론 사업방식과 조직형태를 달리 하는 이른바 NGO라고 하는 본격적인 시민사회운동단체로 변화하게 된 것입니다.

 

  Q 부천시민연합의 가치와 지향 및 사업은?

   A 1999년 6월8일 창립총회를 하고 6월12일 부천시민회관에서 300여명이 모여 부천시민연합 창립보고대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단체를 표상하는 개념과 명칭을 지금도 쓰고 있는 ‘나눔과 살림의 공동체사회를 열어가는 부천시민연합’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나눔’은 사회구성원들이 인간적인 정과 물질적 재부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따뜻한 사회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던 것입니다.

 이어 ‘살림’의 개념은 집안 살림의 그 살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너무도 ‘죽임의 관계, 죽임의 문화’로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너무도 승자독식, 무관용의 죽임의 사회를 극복하고 ‘살림의 관계, 살림의 문화, 살림의 문화’를 실현하자는 점에서 그런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특히, 당시의 운동도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살리자’는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부분적으로는 죽임의 사회를 닮아가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살림의 개념을 특별히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부천시민연합은 전국적 차원, 그리고 지역적 차원에서 나눔과 살림의 사회를 이루어나가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부천에서 마을마다 골목골목에서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님이 ‘나무가 되고 숲이 되자’고 한 말씀처럼 작은 공동체를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작은 공동체의 모델들을 만들고 이를 통해 부천이라는 도시에서 나눔과 살림의 지역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 부천시민연합의 목표이자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Q 부천시민연합에서 이룬 모델이나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우리 내부에서 작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고 보고 2001년 부천시민연합 부설 부천시민생협을 만들었습니다. 이 생협운동이야말로 우리 회원들이 생활의 영역에서 땅과 물, 먹거리와 환경은 물론 도시와 농촌, 소비자와 생산자를 살리는 생명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존폐의 위기 등 수많은 어려움을 거치며 왔습니다. 이제 우리 부천시민생협은 1,000여명의 조합원과 전용매장, 조합사무실과 연간 3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생활협동조합으로 발전하였습니다.

   Q 다른 사례가 있다면 하나 더 소개해 주세요.

   A 1998년부터 시작된 ‘지역아동센터 도깨비’가 있습니다. 모자가정 부자가정 조손가정 등 어려운 아동들을 중심으로 방과후 보호, 공부, 급식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의 공동체를 실현하기위해 노력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제 20년이 되었는데 1기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였는데 자기 후배들을 위해 자원봉사도 하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우리 부천시민연합 내부에 실현된 작은 공동체라고 할 것입니다.

   Q 부천시의 토건개발사업과 관련하여 강하게 문제제기를 해온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

   A 부천시민연합이 창립이후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사회를 실현해 나가기 위하여 환경, 도시개발등 현안문제에 적극 대응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천시민연합은 몰론 부천의 시민단체와 부천시 실업극복운동, 푸른부천21 등 여러 영역에서 민관협력의 원칙을 가지고 협력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실업극복과 로컬아젠더21은 물론 외국인노동자 인권보장과 작은도서관 등 많은 영역에서 큰 성과를 이루어냈고 이는 우리 부천의 자랑스런 역사와 전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협치(거버넌스)라고 하는 민관협력체제가 와해되고 부천시의 시대착오적인 일방행정, 시리즈 토건개발행정이 만연하고 있는데 작년에 뜨거운 현안이었던 중동특별계획구역복합개발을 필두로 영상문화단지개발, 종합운동장역세권개발과 대장동벌판공단조성 등 초대형개발사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특별계획구역 복합개발이라는 초대형 개발사업을 갑자기 추진하면서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통문제, 교육문제 등 명확관화하게 예측되는 도시환경상의 문제를 초래할 고밀도난개발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전방위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왔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현대행정의 요체인 협치(거버넌스)의 정신과 원칙을 저버리고 관선시대의 통치로 퇴행했다는 점에서 정말 아쉽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Q 부천시가 추진하는 상동영상문화단지 매각과 대형쇼핑몰에 대해서도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A 이 사안도 그 문제점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개발사업이라고 봅니다. 우선 시민의 땅인 시유지를 시민적 합의 없이 이렇게 재벌에게 대규모로 매각하는 정책이 문제라고 봅니다. 마치 종손이 문중땅을 다 팔아 자기 대에 쓰겠다는 못된 발상이라고 봅니다. '우리 세대는 후대에게 땅과 자연을 빌려 쓴다' 라고 합니다. 최소한의 땅을 잘 보전해서 후대에 넘겨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임무라고 할 것입니다.

 매각을 하더라도 부천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면서 시민적 합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아가 재벌에게 매각한 시유지에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서민경제의 실핏줄 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압살하는 반서민적 정책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정물류단지에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코스트코에 대한 부천시의 반대정책과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그 몇배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부천은 과밀화 고밀도개발로 환경, 교통, 교육 등 도시환경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부천시를 생각한다면 시유지를 함부로 매각하거나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콩나물신문 편집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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