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월이면

진달래동산에 김소월이 핀다.

햇빛에서도 피고, 흰달빛에서도 핀다.

누런 황사가 몰려올 채비를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산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봄이기 때문이다.

중년 연인도 분홍빛에 취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아이는 김소월 진달래꽃 시비에서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는다.

이 사월이 훌쩍 지나면

분홍빛이 사그러들면

누군가는 국회의원 뱃지를 가슴에 달고

서민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정치의 늪에 빠져 목청을 높일 것이다.

오늘은 이것저것 다 접고

오로지 진달래 분홍빛에만 몰두할 일이다.

 

 

 

진달래꽃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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