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거미박사 성민규 학생

세계 최초 신종거미인 금가재거미, 어디서 먹이를 구하고 살아야 하나?

 부천의 거미박사 성민규 학생

 부천시 오쇠리 습지, 서울 강서습지를 포함한 김포공항 골프장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쇠리 습지는 보존한다는 방침이고, 시민단체가 습지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한다지만 제대로 보존될 지 알 수 없다. 오쇠리 습지에서 세계 최초로 금가재거미를 발견한 성민규 학생을 인터뷰 했다. <편집자 주>

▲ 금가재거미(김덕영 사진제공)

Q 금가재거미에 대한 소개는?

A 세계 최초로 발견된 새우게거미과의 신종입니다. 몸길이는 약 10mm정도 되구요. 분류학적으로는 새우거미과에 포함되고 가재거미속에 들어있습니다. 가재거미류이지요. 금가재거미 학명(Tibellus kimi)은 지도교수인 국내 거미박사 제1호인 김주필 선생님의 성을 따서 kimi로 했구요, 한글명인 금가재거미는 제가 지었습니다. 몸빛이 금색이어서 그렇게 지은 겁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다른 가재거미 종류(넉점가재거미 등)과는 달리 흉갑에 작은 반점들이 분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무늬가 관찰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몸은 대체로 노란 빛을 띄며 안전실을 제외한 거미줄을 만들지 않는 배회성 거미로 보이지만, 서식권이 넓지 않습니다. 오쇠리, 강서습지 내부의 초본밀집지에서 제법 많은 개체수가 관찰되었습니다. 소형 곤충과 절지류를 섭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Q 금가재거미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나?

A 일본거미학회에 발표를 했고, 한국거미학회지에 제 논문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다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재거미류에는 두 종이 있었습니다. 금가재거미가 발견됨으로써 세 종이 된 거지요.

Q 금가재거미가 세계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생태적인 의미는?

A 금가재거미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구역’ 설정 같은 것은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는 모르겠습니다. 신종거미가 살고 있는 습지의 가치가 그만큼 중요하겠지만 이는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평가는 아닙니다.

오쇠리습지, 강서습지에는 100여 종의 거미가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거미류가 살고 있음으로 해서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단 한종만으로 생태계의 건강성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생물종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야 생태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한 습지에는 황조롱이 등 맹금류가 많이 삽니다. 생태계 상위 포식자가 그만큼 많이 산다는 것은 ‘이곳의 생태계가 다양하다’는 의미입니다. 황조롱이는 먹이가 풍부해야 살기 때문입니다. 먹이가 풍부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겠지요.

아울러 거미는 절지동물에서 상위 포식자에 속합니다. 거미보다 하위생물들이 많이 서식해야 거미류가 밀집해서 살 수 있지요. 생태계가 건강하지 않으면 거미들도 살지 못합니다.

▲ 세계_최초_금가재거미_발견자_성민규(김덕영 사진제공)

Q 김포공항습지를 제외하고 수도권에 다른 습지들은 있나?

A 예전에는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습지가 전답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너무 집착해서 습지를 개간해버린 거지요. 다른 토지용도로 변경도 되어서 자연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습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Q 금가재거미를 발견하던 당시를 상세히 설명하면?

A 2013년 5월에 습지지역 물거미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거미가 경기도 연천지역에 살고 있는데, 오쇠리 습지에도 살고 있을 것 같아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일반 잠자리채보다는 두껍고 큰 표충망으로 갈대사이를 빗자루로 쓸 듯이 스위핑했을 때 금가재거미가 나왔습니다. 스위핑은 표본을 잡기 위해 표충망을 휘젓는 행동입니다. 오쇠리 습지에서 먼저 발견되고, 나중에 강서습지에서도 발견이 되었습니다.

제가 우리나라 거미들을 대부분 알고 있었고, 직접 관찰을 해왔었기에 새로운 종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원래는 유전적 분석을 해야 하지만 거미학회에서는 생태학적인 분석을 합니다. 금가재거미의 암컷을 잡아다가 생식기를 떼어내서 관찰해보니 다른 거미와는 다르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마리만 발견되었지만 이후 여러 마리가 발견되었습니다. 두시간 정도 관찰했는데 오쇠리 습지에서만 40여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겁니다.

Q 금가재거미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는 김포공항 습지를 보존하는 방안은?

A 오쇠리습지를 포함해서 김포공항습지가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보존되어야 합니다. 김포공항 골프장 건설에 따른 공청회 때 제가 가서 항의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습지가 사라져버리면 금가재거미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곽에 몇 개체가 남아있을 수는 있지만 주요서식지에서 벗어나 있어 짝짓기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Q 환경영향평가에서 금가재거미 같은 종들이 명기되어 있지 않나?

A 김포공항 골프장 건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는 제가 금가재거미를 발견하기 전에 일차로 끝나버렸습니다. 그리고 절지동물은 환경영향평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조류나 양서류는 포함되지요. 그래서 법적으로 반영이 안 됩니다. 법적 보호 곤충이 서식한다면 몰라도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신종거미가 발견되었어도 환경영향평가에선 완전히 무시하지요.

▲ 세계_최초_금가재거미_발견자_성민규(김덕영 사진제공)

Q 강서습지는 대체습지를 조성한다는데, 대체습지에서 금가재거미가 살 수 있나?

A 아직 대체습지에서 거미류를 복원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결과를 알 수 없습니다. 단, 거미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동물이어서 대체습지에서도 무난하게 적응하리라 봅니다.

전국에 습지들이 많이 있지만 그 습지에선 금가재거미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추가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요. 하지만 최초의 발견지인 오쇠리 습지의 가치는 변함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쇠리 습지에서 금가재거미가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부천의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Q 김포공항골프장 건설과 대장동 산업단지 등에 대한 대책은?

A 습지나 들판의 가치는 골프장이나 산업단지의 건설 보다 몇 백배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부천의 경우에는 녹지율이 전구에서 꼴찌입니다. 도시가 온통 아스팔트로 되어 있어 열섬현상이 심각합니다. 열섬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습지나 녹지를 더 많이 필요로 합니다.

대장동에 산업단지를 짓는다는 발상이나 골프장을 짓는 발상은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도시의 배수기능을 녹지하고 습지가 담당하는데 부천의 경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식물의 광합성으로 부천의 대기가 맑게 변합니다.

녹지가 많지 않으면 대기오염, 환경오염 등에 시달리게 됩니다.

오쇠리 습지나 대장동 들판을 제대로 보존하고 가꾼다면 시민들이나 아이들에게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제공되고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생활공간이 열리게 됩니다.

이들 공간들을 모두 산업단지로 만들어버리면 그야말로 부천시 회색도시가 될 것입니다. 대장동 산업단지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정리 | 콩나물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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