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선

 

소나무에선

바람도 사랑을 앓는다

한겨울이건 한여름이건

한꺼번에 몰려왔다가

솔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아예 떠나려 하지 않는다

 

바람도 이별을 앓는다

소나무에선

한 번 떠나면 언제 올지 모르므로

눈물 흘리며

솔가지 부여잡고 윙윙 울기도 한다.

 

겨울 솔방울로 떨어져

눈 속에 파묻혀 있을 때

소나무 꼭대기에 위태롭게 선

바람은 죙일 물구나무 서서

아기 소나무 탄생을 기원하며

입김을 불어댈 줄 안다

 

그렇게 솔바람으로

몇 백년 붙박이로 서 있는

솔뿌리에 스미기도 한다

 

                                                            그림Ⅰ소천 강해운

글 Ⅰ한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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