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동산에서

 

                      한도훈 시인

 

약대에선 다들 꼽사리로 산다

해골동산 언덕에서 회오리바람에 휩쓸리고

깎아지른 바위를 타고 오르며

그저 풍뎅이 돌 듯

셋방 언저리에 풀잎을 지붕으로 삼는다

 

세상은 꼽사리로 가득해야지

돌만큼이나 전깃불만큼이나

가득해져

마침내 꼽사리 천지를 이루어야지

 

약대에선 다들 꼽으로 산다

꼽사리로 끼어들었더니

꼽 꼽으로 불어나고

꼽 꼽이 더 꼽으로 피어난다

 

콩콩콩 콩나물이 되 듯

꼽꼽꼽 주류(主流)를 밀어내고

해골동산 언덕의 주인이 된다

작은 벌판에 붕붕 벌들로 날아

꼽사리로 활짝 핀 자운영에서

한가득 꿀을 빨아 들인다

 

열린 문으로 맨처음 해가 들어와

따뜻한 햇귀를 열어젖히고

다들 드루와 드루와 한다

밤이나 낮이나 드루와...

*해골동산 : 약대에 있던 앞동산으로 사람의 해골이 아니라 ‘해처럼 따뜻한 동산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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