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동산에서
한도훈 시인
약대에선 다들 꼽사리로 산다
해골동산 언덕에서 회오리바람에 휩쓸리고
깎아지른 바위를 타고 오르며
그저 풍뎅이 돌 듯
셋방 언저리에 풀잎을 지붕으로 삼는다
세상은 꼽사리로 가득해야지
돌만큼이나 전깃불만큼이나
가득해져
마침내 꼽사리 천지를 이루어야지
약대에선 다들 꼽으로 산다
꼽사리로 끼어들었더니
꼽 꼽으로 불어나고
꼽 꼽이 더 꼽으로 피어난다
콩콩콩 콩나물이 되 듯
꼽꼽꼽 주류(主流)를 밀어내고
해골동산 언덕의 주인이 된다
작은 벌판에 붕붕 벌들로 날아
꼽사리로 활짝 핀 자운영에서
한가득 꿀을 빨아 들인다
열린 문으로 맨처음 해가 들어와
따뜻한 햇귀를 열어젖히고
다들 드루와 드루와 한다
밤이나 낮이나 드루와...
*해골동산 : 약대에 있던 앞동산으로 사람의 해골이 아니라 ‘해처럼 따뜻한 동산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한도훈 시인
hansan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