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 아빠의 두가지 부탁

 

416 잊혀 질수 없는 그날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나도 모르게 저 밑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울먹거림에 다시 이를 악물어봅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기억교실 이전 작업이 시작되고, 예은아빠 유경근씨가 8월 17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단식농성 나흘째, 예은 아빠의 글을 콩나물신문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향한 "사생결단식" 나흘째 새벽입니다.

야당이 계속 우리의 희망이 되어달라고 호소하는 단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을 비판해야지 왜 야당을 비판 하냐' 는 반응과 지적이 당연히 있을 거라 예상하고 각오했었기 때문에 이런 댓글에는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왜 무기한 단식을 하느냐. 당신이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건강해야 끝까지 싸울거 아니냐. 그만 해라. 아니면 릴레이 단식을 하던가."이런 반응과 지적은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시선 끌기 위한 이벤트로 "사생결단식" 하는 거 아닙니다.

정말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하는 겁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곧,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아서 하는 겁니다.

지금이 아니면 목숨 걸 기회마저 사라질 것 같아서 하는 겁니다.

장훈 진상규명분과장과 저는 오직 물 하나만 마시고 있습니다.

모두가 효소를 먹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고 권유했지만 그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죽어나가야 눈 하나라도 꿈쩍 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의사의 진찰을 계속 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상태가 안 좋으니 단식을 중단하라"고 권유하는 의사에게는 진찰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얘기 안하시는 의사선생님을 소개해주신 특조위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두 야당이 확답을 내놓을 때까지 절대로 단식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죽어서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기쁘게 죽을 겁니다.

솔직히 힘이 많이 듭니다.

사흘째인 어제 오후부터는 급격히 기운이 떨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늘었습니다. 머리도 내내 지끈거립니다. 그래서 겨우 5분 거리에 있는 사우나에도 못갔습니다.

광화문역 화장실도 참다 참다 몰아서 다니고 있습니다.

혈압약과 당뇨약을 먹어야 하는 장훈 분과장은 무릎수술을 하고 목발을 짚은 채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 효소가 필요합니다.

먹는 효소 말고 응원의 효소가 필요합니다.

두 야당이 피해자와 국민의 희망으로 나설 때까지 절대로 쓰러지지 말고 버텨달라고 응원해주세요. 아니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주세요.

  

  두 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국회의원들에게 전화, 엽서, 문자, SNS 등을 통해 "특별법개정, 특검의결, 선체조사보장을 약속해놓고 왜 안하느냐"고 얘기해주세요. "야당이 우리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해주세요. 귀찮아서 짜증낼 때까지 계속 해주세요.

둘째, 전국 각지에서 하시는 서명전, 피케팅, 리본나눔 등을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해주세요. 끝나면 의원사무실을 방문해서 말로, 편지로 아니면 간단한 메모로라도 약속을 지켜달라고 얘기해주세요.

이 두 가지 부탁을 드리는 이유는 정말 많은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열망하는 대다수 국민의 바람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을 마시고 싶은데 새벽에 화장실까지 가야 하는게 걱정돼서 참아야 하는, "사생결단식" 나흘째 새벽입니다. 여러분의 응원으로 고픈 목을 축이고 싶습니다.

-예은 아빠 유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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