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불편한 현수막

 

오늘 아이들과 장을 보러가다가 이 현수막을 봤습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천시협의회 명의더군요.

이걸 보고 부천시민들께 묻고 싶어졌습니다.

여러분은 형제들이 치고 받고 싸우면 어떻게 말리시나요?

"제가 너에게 한만큼 너도 응징해버려." 라고 하시나요?

"싸우지 마라. 말로 해야지." 라고 하시나요?

"말로 해라." 하지 않으시나요?

응징하자는 구호를 보고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손이 떨려 운전을 할 수 없었어요.

"응징하자"라니... 평화통일이 헌법적 가치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헌법 기구로 만들어진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 "응징하자"라니...

북은 위험한 핵실험을 이어가고 있고, 남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상황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남도, 북도 잿더미가 된다는 걸 모르진 않겠지요. 바로 "민족의 공멸"입니다. 이런 파국을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천시협의회도 원하지는 않겠지요?

더디가더라도 외교로, 협상이라는 평화적 수단으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최선의 평화를 찾는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이 현수막을 보고 당황했던 것은 '우리 아이들이 이 구호을 보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응징하자는 표어를 보고 우리 아이들은 과연 "평화를 배우겠습니까?" 아니면 "대결을 배우겠습니까?"

민주평통부천시협의회에게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서 제발 "대결이 아닌 평화"를 이야기합시다. 응징하자가 뭡니까? 아이들 보기 부끄럽습니다.

그럼 북이 저렇게 도발하는데 대안 있냐고요?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 아닌 대안이 있으면 말해보라 했다지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방법, 있습니다!

한반도 핵문제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6자가 다시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입니다. 6자 회담 재개해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하고, 북미, 남북이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

그것이 사드 배치보다 백번 실효적인 방법이고 응징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남북한 모두 제발 "대결 아닌 대화"를 시작합시다.

그나저나 저 현수막은 너무 불편해서 볼 때마다 차를 세우게 될 것 같습니다.

글 | 장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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