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블루베리 노천사의 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시민들의 야夜한 이야기 마당 ‘십오야’

 

새콤달콤 블루베리 노천사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입니다. ‘십오야’ 강연에 오신 소감문 부탁합니다.”

추석연휴 전에 걸려온 전화 한통화로 며칠을 노심초사 하며 보내야 했다. ‘거절을 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지만, 보통사람들이 만드는 콩나물신문의 취지를 생각하며 용기 내어 보기로 했다. ‘콩나물신문협동조합’ 방문은 숙제라는 의무감이 먼저였다. 평생교육사 공부를 하며 필요한 실습과제로 방문하게 된 것이다. 방문일정을 수행하고 당일 행사로 ‘십오야-노천사의 블루베리 인생’ 강연이 있어 참석하게 되었다.

고운 피부에 붉은 립스틱 그리고 예쁜 모자가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노영자씨는 블루베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블루베리에 대한 자료까지 손수 준비하여 인쇄물을 나누어 주었고 블루베리의 주요성분, 기능성, 종류, 특징, 관리, 먹는 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여기까지 들으면서 줄곧 ‘블루베리 장사를 하실까?’라는 불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블루베리의 설명이 끝날 무렵 노영자씨는 블루베리를 사랑하게 된 동기를 풀어놓았다.

맏딸로 태어나 부모님과 동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내며 청춘을 보낸다. 그렇게 주어진 숙제인 뒷바라지를 끝낼 무렵 노영자씨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배움을 가지고 싶다. 학교에 가자!’ 64세에 시작할 수 있는 학교를 수소문해 고등교육을 마치고 학업의 재미를 느껴 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를 입학한다. 노천사란 별명은 열심히 대학생활을 즐기면서 동기들이 지어 준 애칭이다. 블루베리와의 만남은 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블루베리 전도사가 되어 도시생활 사람들이 옥상이나 텃밭에서 가정농업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강연 중 노영자씨의 삼총사 친구가 연신 사진을 찍었다. 50년을 넘게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노영자씨는 120살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목표이고 또 다른 배움을 위해 대학원 입학준비를 하는데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는 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농업공동체를 만들어 친구들과 건강한 음식으로 건강한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강연은 바닥에서 시작해 남들보다 지위가 높은 곳에 오르거나 빚에서 시작해 갑부가 된 사람들이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하루를 열심히 안사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최선을 다함’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 최선이 ‘조금씩 다름’인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최선이란 자신이 기준이 되는 것이지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처음 방문한 ‘십오야’강연에 대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한자리 뒤에서 참석하는 정도에 의의를 두었다.

하지만 노영자씨의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이런 마음들은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들을 더 하기 위해 하나씩 준비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노영자씨의 모습들은 같이 강연을 듣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삶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조금 많이 걸어 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노인이 아니라 선배시민이라는 노영자씨의 삼총사친구 인사말이 꼭 맞는 새콤달콤 블루베리 노천사의 인생이야기였다.

 

‘십오야’는 민낯과 같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아는 것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치장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화가 나도 화를 내지 않고 슬퍼도 참아 내고 아파도 표현하지 않게 된다. 그것이 올바른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 사는 인생이고 처음 맞이하는 하루다. 이런 하루를 잘 견뎌낼 수 있게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나 치장하지 않은 민낯으로도 내일을 맞이할 용기가 생길 것이다. ‘십오야’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참 잘했다.’라고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도 그 날 그 공간에 있었음을 참 잘했다.

 글 | 권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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