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신부의 환한 표정

 

‘우리 결혼해요’, 합동결혼식 올려...

약대중앙교회/(사)온전한기쁨

 

약대중앙교회와 (사)온전한기쁨이 함께 주관한 ‘우리 결혼해요’ 2016년 이웃사랑 결혼식이 지난 10월 15일 약대중앙교회 예배당에서 열렸다. 이날 결혼식에 신랑으로 참여한 박희성씨는 합동결혼식 신청서를 통해 그동안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이야기들을 가슴 절절하게 풀어놓아 감동을 주었다.

“지금 새터민과 가정을 꾸려온 지 5년여의 시간으로 접어드는군요. 전 1968년생 남성으로 이번 결혼은 재혼입니다. 지난 2008년 전부인과 이혼을 하여 보증금 3,500만원의 전세로 시작했으며 2012년 지금의 새터민인 조소은씨를 만나 합의하에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에서 작은 빌라에 저와 처 그리고 삼형제 20살 18살 6살등 삼형제와 더불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며 자식과의 갈등, 서로 살아온 환경 탓에 남북간의 갈등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내일의 희망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인천 서구 석남동에 위치한 조그마한 중소기업에서 15년여를 재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올초 아는 지인 몇 분만 초대하여 조촐한 결혼식을 가지려 했으나 안 좋은 경기, 대외 여건상 미루게 되었습니다. 올가을쯤 조촐하게 웨딩촬영과 저녁식사를 간단히 하며 결혼식을 조촐히 하려고 생각하던 중 아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소원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초혼에 실패한 저로서 다시한번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데 결혼식 문제로 항상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진 것 같은 심정입니다.”

 

약대중앙교회 이세광 목사는 주례사에서 박영희 시인의 ‘접기로 한다’는 시를 낭송하는 등 화기애애하게 진행했다. 아래에 주례사 일부분을 소개한다.

“오늘 결혼예식을 올리는 분은 결혼식 하지 않고도 지금까지 잘 살아오시고 자녀들도 잘 키워 오셨습니다.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에 서운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여러 친지들과 친구들 앞에서 일생을 약속하는 소중한 예식의 추억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도 결혼한 지 20년이 조금 더 되어 가는데 아직도 아내는 그때 입었던 예복은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입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 결혼식이 마음 한 구석에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읽은 성경 본문에서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시고 남자를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워 보여서 여자를 만들기로 하셨습니다. 그런데 만드는 방법이 좀 특별합니다.

남자를 재워놓고 그 갈비뼈 하나를 꺼내십니다. 그리고 그것에 살을 채워서 여자를 만드십니다. 남자에게는 아주 잊혀지지 않도록 외과 수술을 하신 것입니다. 영원토록 기억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옆구리가 시리고 아픈 것은 다 그것 때문입니다. 또한 남자보다 여자들이 훨씬 강한 이유도 바로 뼈로 만들어서 그런 거랍니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집안에서는 항상 강합니다. 어느 집이든지 집안에서 여자를 이길 수 있는 남자는 이 세상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굉장한 적을 만났다. 아내다. 너 같은 적은 생전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혼이라는 것으로 묶여진 가정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가장 아름다운 공동체입니다. 두 분은 이 공동체를 가꾸어 나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편의 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

 

        접기로 한다

              <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 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이날 결혼식에 콩나물신문 기자로 취재차 참석했다가 결혼식 전장면을 촬영해준 진기한 경험도 했다. 애써 찍은 사진들을 받아든 신랑 신부의 환한 표정이 떠오른다.

 글·사진 | 한도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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