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옥 저
‘서간도 척박한 땅에 질긴 생명력으로 피어 조국 광복을 일궈낸 여성들께 바치는 시’

항일 여성독립운동가, 저자의 이야기처럼 유관순열사 외에 다른 이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4권에 기록된 여성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훑어보았다. 80명의 이름 중 한국 최초의 여자 비행사 권기옥이나 상록수의 주인공 최용신 정도가 낯익었을 뿐 대부분이 낯설었다.
한국근현대사에 꽤나 관심 있던 나였지만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3․1절이 생일인지라 어릴 때부터 3․1운동과 유관순열사에 대해 관심은 많았는데, 그냥 남다른 소회 정도가 전부였던 거 같다.

책은 저자가 항일 여성독립운동가에게 보내는 헌시와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그녀들의 삶, 그리고 이와 연관된 항일 독립운동사로 구성되어 있다. 시집이지만 뒤에 이어지는 그녀들의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와 이에 관련된 익히 알고 있던 독립운동사들이 꽤 흥미롭게 엮여 있다. 시가 그녀들의 숭고했던 삶에 대한 헌화라면 더해지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조명되고 있지 않은 항일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잊혀져가는 삶을 알리고자 하는 저자의 필사적 노력으로 해석된다.

이 책에 기술된 그녀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위치에서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펼쳐나간다. 우선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아내, 딸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노동자, 비행사, 해녀, 기생, 기자, 교사라는 직업부터 직접 전장을 누비는 광복군까지 그들의 활약은 꽤 광범위하게 펼쳐져있었다.
한편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은 항일 여성독립운동가는 2013년 12월 31일 현재 234여 명이라 한다. 현재까지도 제대로 조명되거나 인정받지 못한 여성독립운동가가 많이 있음을 말해주는 통계이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제대로 된 평가로 이어지길 저자와 함께 소망해본다. 그리고 들꽃같이 거칠고 고단한 그녀들의 삶을 시로 위로하고 부족한 자료를 발로 뛰며 모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정성껏 담아낸 작가의 의지와 노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그녀들과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제강점하의 지독한 고단함과 한(恨)을 강단있게 이겨내고 빈 젖으로 자식을 키워냈던 이 땅의 모든 어머니와 딸들일 것이다.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나른해져가는 나를 일깨워 본다.


겨레의 큰 스승 백범 김구 길러 낸 억척 어머니
곽낙원

비탈진 언덕길 인천 형무소 터엔 지금
찜질방 들어서 사람들 웃음꽃 피우며 여가 즐기지만
예전 이곳은 백범 어른 잡혀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던 곳

국모 살해범 츠치다를 처단한 사형수 아들 위해
고향 해주 떠나 남의 집 허드렛일로 밥 얻어
감옥 드나들며 아들 옥바라지 하신 어머니

삼남 지방으로 쫓기는 아들
마곡사서 머리 깎고 중 된다고 소식 끊었을 때
애간장 타셨을 어머니

인과 신 어린 손자 두고
먼 이국땅서 눈 감은 며느리 대신하여
빈 젖 물리며 길러 내신 어머니

상해 뒷골목 배추 시래기 주어
애국청년 배 채우고
광복위해 뛰는 동포뒷바라지로
평생 등이 굽은 겨레의 어머니

오늘도 허리띠 질끈 동여매고
오른손에 밥사발 든 어머니
겨레에게 건네는 말 나지막이 들려온다

너희가 통일을 이루었느냐!
너희가 진정 나라를 되찾았느냐!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