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훈 선생과 함께한 약대마을 이야기 두 번째 강좌

꼽텔스와 함께하는 약대마을 이야기

 

지난 11월 13일 약대동 마을카페 달토에서 부천의 향토사학자이며 현재 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을 맡고 계신 한도훈 선생을 모시고 약대마을 이야기 두 번째 강좌를 진행하였다.

강의에 앞서 요즘 지역의 단골 초청자인 세어림 합창단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세어림(세대공감어울림) 합창단은 지난 8.15 부천통일음악제 참가를 계기로 결성되었으며 주로 약대동 지역의 20대 청년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고 있다. 본 강좌는 약대동 지역에서 다양한 마을 활동을 전개하는 활동가와 마을주민들이 마을의 역사와 지리를 이해함으로써 향후 좀 더 풍성한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하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약대(若大)는 큰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약대는 삼정, 내촌, 도당까지 포괄하는 지명이고 내촌과 도당마을은 안약대, 삼정마을과 약대마을은 밧약대로 불리었다. 지금의 다니엘병원 지역은 예전에 이름도 무시시무시한 해골동산으로 불리었다. 전국에서 해골동산이라는 땅이름은 약대뿐이라고 한다. 해골은 무덤의 뼈가 아니라 해는 태양, 골은 고을을 뜻한다고 한다.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태양을 숭배한 종족인 고대의 북부여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고 해석하는데 약대의 다른 지명인 붕어내, 분둣재에도 북부여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약대와 도당마을 사이에는 고갯길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반갑재이고 다른 하나는 분둣재였다. 반갑재는 도당에서 약대를 거쳐 시우물(삼정)으로 가거나 부평으로 가는 길이었고, 분둣재는 약대에서 도당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약대에 제법 근 내(川)인 붕어내가 있는데 삼정천으로도 부른다. 붕어내를 둘러싸고 매봉재, 붕어마루산(소개미), 상살미, 해골동산이 있었다. 매봉재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다. 이들 산들은 모두 도당공단, 내동공단, 삼정공단 등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예전 약대는 묵밭 천지였다고 한다. 묵밭은 밭으로 일구지 못해 풀만 무성하게 자라는 곳을 말하는데 약대초등학교 근방에 묵밭이 많았고 게다가 황토묵밭이어서 비만 오면 황토 흙이 신발에 달라붙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 없이는 살아도 정화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원골, 우산방죽골, 얼미다리, 조석다리, 양사, 정주, 살말, 가천자, 화개장터, 목시통, 꽃구지 등 다양한 지명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리와 역사를 알게 되어 재미있기도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옛지명으로 인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옛지명이 위브아파트, 테크노파크 등과같은 외래어 보다 어려울 이유는 없다. 단지 자주 부르지 않거나 몰랐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주하며 살지 않고 유목민처럼 옮겨 다니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마을은 낯선 곳이다. 낯설기 때문에 애정과 관심이 부족하다.

약대의 옛 모습을 알게 되니 조금은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태어나고 자란 어릴 적 고향 생각이 나기도 한다. 정주고 살면 그곳이 고향이 아니던가. 언제 떠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조금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내가 살고 있는 약대를 바라봐야겠다.

글 | 박제훈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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