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겠다!'

엄마의 자리

 

내가 떠난 자리엔 무슨 일이 있을까? 요즘은 늘 건강 염려증을 안고 산다.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심하게 앓은 적이 있다. 간만에 병원도 가보고 항생제 듬뿍 약도 먹었다.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집에 돌아와 너무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제일먼저 아이들이 걱정 이었다. 일분에 한 번씩 엄마를 찾아대는,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만 있을 것 같은 엄마,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엄마 뭐줘~ 엄마이거해줘~ 엄마 배고파... 엄마엄마 하는 참새같은 아이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아야겠다!' 냉장고를 열어 안 먹던 홍삼을 들이키고 나를 위해 청국장을 끓이고 마늘을 구웠다. 혹시 큰 병일지 모르니 치료를 잘 견딜 면역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그러나 지금은 다행히 괜찮아졌다. 한차례 폭풍 같은 근심이 지나간 후 내 삶이 소중해졌다.

그리고 젊은 날에 떠나야 했던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다. 손님으로 찾아오던 애기 엄마의 암소식과 결국 떠났다는 소식, 그리고 지인의 동생, 그리고 50세에 떠난 울 오빠.... 자식을 두고 가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워킹 맘으로 열심히 일하며 애 키우며 바쁘게 산 후 나이 50세 내게 병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하며산다. 아이들이 좀 더 커있기를 좀 더 생활이 안정돼있기를... 좀 더 많은 추억을 쌓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지금 40세에 건강을 잃지 않도록 더 신경 쓰며 살리라 다짐해본다. 40세를 치열하게 살아낸 후 50세는 그림 같은 집을 짓고, 60세에는 여유있단 소릴 듣고, 70세에는 세계여행을 다니며 80에는 그림도 그리고, 연주도 하며 90세에는 회고록을 쓰고, 100세에는 재산을 기부하며 이름을 남기고 떠나고 싶다.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면 그냥 이대로 우리가족 건강하게 지지고 볶고 그때도 살고 있기를 바란다. 내 자식이 울 엄마는 멋있는 워킹 맘이었다고 인정해주기를 바래본다.

남편이 자기 얘기는 없어서 서운해 한다. 남편얘기는 보따리를 풀면 일이 커지므로 십계명으로 대신해본다.

남편 십계명

1. 아내가 요리를 하거든 (밥이 나올 때까지 아이들과 재미나게 놀아준다)

2. 아내가 밀린 설거지를 하거든(옆에서 국도 푸고 고기도 굽는다)

3. 아내가 나갈 준비를 하거든(먼저 입은 아빠는 아이들의 옷과 양말을 신긴다)

4. 아내가 빨래를 널거든(옆에서 바지런히 걸레질을 한다)

5. 아내가 청소기를 돌리거든(재빨리 달려가 화장실청소를 한다)

6. 아내가 식사가 끝나거든 (빨리 일어나 커피 물을 올린다)

7. 아내가 퇴근이 늦거든(따끈한 된장찌개에 따신 밥을 대령한다)

8. 아내가 옷장에서 심각하게 옷을 고르거든 (내일당장 인터넷 쇼핑으로 택배 아저씨가 도착하게 한다)

9. 아내가 휴일에 늦잠을 자거든(조용히 일어나 아이들 밥을 챙겨준다)

10. 아내가 울적해하거든 (암 소리 말고 가족 온천여행을 예약한다) 

글 이미화(뚱콩 체험카페 운영자)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