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볼을 비비고 파고들 너희들을 떠올리며 고단함을 잊는다

아침을 기다리며...

 

 

어머니는 짜장면을 싫다고 하셨지?

어머니는 식은 밥을 좋아한다고 하셨지?

어머니는 몸빼 바지가 편하다고 하셨지 ?

어머니는 짧고 뽀글한 파마가 잘 나온 거라 하셨지?

어머니는 회를 비려서 싫어한다고...

어머니는 비빔밥을 좋아한다며 남은 반찬으로 쓱쓱 비빔밥을 만들어 드시곤 하셨지...

여든이 넘으면서 이제는 당신이 무슨 말씀을 했었는지 가끔 잊어버리는 시기가 오셨지...

회도 좋아하시고, 비린 과메기는 더욱 잘 드신다. 짜장면은 5분 만에 호로록하시고, 옷은 가는 곳마다 욕심을 내시며 고르신다. 파마는 딸 네집 갈 때마다 한 달이 안 되어도 하신다.

요즘은 이쁜 그릇에 조금씩 담아주는 한정식집을 선호하신다. 그렇게 총기를 잃어 가시는 연세에도 손주들 밥 먹이느라 먹는둥 마는둥 하는 딸내미 밥그릇을 보시며 "왜 안먹느냐"며 화를 내신다.

나이 70인 부모가 50인 자식의 찻길 걱정하시듯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걸 보실 때면 기쁘신가보다.

나도 요즘 엄마가 되어간다. 엄마는 어떻게 되는 거라고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어느새 짜장면을 양보하고 고기를 잘라 먹인다. 김치와 찌개로 자주 밥을 먹고 큰 마음먹고 간 쇼핑에서 아이 옷만 잔뜩 고르다 집에 돌아온다.

나는 엄마가 되어 있다. 가게 일을 마치고 장을 봐서 저녁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면 어느덧 10시 11시가 훌쩍 넘는다. 쌔근쌔근 소리가 나면 주방 등을 켜고 설거지도 하고 아이들 내일 준비물은 없나 가방을 챙겨 넣는다.

그때서야 철커덕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은 본인도 피곤하다며 씻고 자기에 바쁘시다. 나는 엄마이기에 내일 아침 먹을 국을 끓이고 밥을 밥통에 앉힌 후 늦은 1시경에 고단한 몸을 누인다. 나는 엄마니까~ 우리 엄마도 이리 사셨으니 나는 참아낼 수 있나 보다.

때론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다음 내 딸은 결혼을 안 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먼저 걸어가 보니 너무 고단한 길이라 자신의 커리어를 갖고 하고 싶은 꿈 다 펼쳐보며 양보하고 희생하지 말고 그렇게 한번 살아도 좋을 것 같기에... 결혼은 강요하고 싶지 않다. 학자가 되어도 좋고 예술가가 되어도 좋고 정치를 해도 좋고 대통령이 되어도 좋겠지만 누구의 꼭두각시로 살면서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고 애꿎은 변기나 뜯어대는 대통령은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 이 엄마는...

아침이면 볼을 비비고 파고들 너희들을 떠올리며 고단함을 잊는다. 어여 아침아 오너라~ 우리나라에도~ 엄마에게도~

글·사진 | 이미화 (뚱콩 체험카페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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