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들판에 찾아온 재두루미 한 쌍

대장들판에 찾아온 재두루미 한 쌍

‘우리가 보호해야 옳지 않겠나?’

환경생태연구재단 최진우 박사의 재두루미 이야기

대장들녘에 재두루미 한 쌍이 날아들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30마리, 40마리가 찾아왔는데, 불법적으로 성토를 하면서 요란스레 대형트럭들이 들락거리자 재두루미들이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나마 찾아온 재두루미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대장들녘 친구들에서 시민조사단’이 나섰다. 대장들녘 친구들, 시민조사단 일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최진우 박사와 함께 재두루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사람처럼 사랑하는 두루미

Q 두루미는 평생은 부부로 사는 건가요?

A 흔히 우리들에게 알려진 것은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간다’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금슬 좋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대요. 인간의 사랑하고 똑같아요. 수컷이 기력이 떨어지면 암컷은 그 수컷을 버리고 청년무리로 갑니다. 젊고 싱싱한 수컷을 유혹해서 결혼도 하고 그런 대요 .

철원 같이 재두루미가 많은 모여 있는 곳을 가보면 두 마리, 네 마리 가족이 모인 데가 있고, 청년들이 모인 데가 있어요. 그러니까 아직 짝이 없는 청소년기 또는 성장기에 있는 애들이 있고, 어떤 무리는 이미 결혼은 해서 자식을 낳은 무리가 있습니다. 두루미는 번식을 저 시베리아나 몽골에 가서 합니다. 거기서 새끼를 낳은 뒤 키워서 추위를 피해서 남쪽으로 온 거지요. 보통 두 마리 정도 낳아서 키워서 옵니다. 가족이 모여 있는 곳을 보면 아빠, 엄마가 있고 자식 두 마리가 있습니다.

어린 새들은 머리털이가 약간 갈색톤이에요. 부천을 찾은 재두루미의 정상적인 모습은 잿빛입니다. 그런데 몸의 크기는 부모하고 거의 같아요. 생김새가 이제 우리가 흔히 봤던 그런 색깔이 아니라 갈색 모양이어서 구분을 하는 거지요.

 

Q 두루미 새끼들은 언제 독립을 하지요?

A 당연히 성장해서 독립을 하는 거지요. 그런데 대부분 월동지에서 충분히 먹이 활동을 하고 번식지인 몽골이나 시베리아에 돌아가서 짝을 찾습니다. 물론 부천, 김포, 파주, 철원, 순천만 등에서도 짝은 찾을 수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알을 낳지 못하지요. 짝짓기 하고 둥지를 만들어서 새끼를 얻는 거지요.

Q 그럼, 짝을 찾을 때 어떻게 찾아요?

A 짝이요? 마음에 드는 늠름한 재두루미를 찾겠지요. 싱겁지요? 사람하고 똑 같아요. 동물원 같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면 오래 살아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데 문제없이 그냥 생명줄만 연장하니까 5-60년 산대요. 그런데 자연계에서는 한 20년 정도 살지요.

많은 두루미를 보면 사람키만 해요. 청소년 키만 하죠. 이 친구들이 시베리아나 몽골로 갈 때는 높은 하늘로 가거든요. 엄청나게 높이 떠요. 올 때도 마찬가지구요. 갑자기 엄청나게 큰 새들이 북에서 내려온다 이거죠. 그래서 ‘하늘에서 내려온 사자다’ ‘산신령님 같은 존재다’ 그런 식으로 옛날 사람들은 생각했어요. 하늘에서 내려오는 새인 두루미가 조류학적으로도 가장 원조격에 속한 공룡 다음에 시조새에서 넘어가는 그런 골격을 갖춘 새거든요. 유전학적으로도 영물이지요.

 

Q 두루미는 진짜 보호해야 되겠네요.

A 예. 그렇죠. 단순한 새가 아니라 우리도 옛날부터 두루미, 그러면 학이었잖아요. 임금님이나 벼슬 하시는 분들 다 학 모양인 옷을 입었고... 무병장수, 부부금실, 여러 가지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였지요. 연말 연하장 카드 보면 다 학 그림이잖아요. 학 그림... 그만큼 소중한 새입니다.

학에 대한 문화가 그만큼 깊었던 거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다보니까 두루미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어요. 청소년들이나 미래 세대들도 학 그러면 느낌이 확 와야 하는데... 지금의 학은 별 볼 일이 없잖아요. 안타깝죠.

재두루미는 전세계에, 7000마리 밖에...

Q 재두루미와 두루미의 차이는?

A 부천에 그런 재두루미, 학이 꾸준히 온다는 건 엄청난 복이지요. 원래 학은 백학이지요. 아주 하얀... 사실 우리가 두루미하고 백로하고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두루미는 겨울철새고요. 백로는 여름철새이지요.

여름에 논이나 하천에서 물고기 잡아먹는 하얀색의 새는 백로이지요. 걔들은 원래 여름철샌데 일부 개체가 텃새로 살고 있어요. 백로를 보다가 두루미를 보면 백로가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두루미가 훨씬 크고 우아하고 보기도 멋있어요.

재두루미는 전세계에 7,000마리 밖에 없어요. 두루미는 한 4,000마리 밖에 없어요. 두루미는 백학이죠. 그런데 이 백학인 두루미는 부천이나 이 한강하구에는 없어요. 철원까지만 내려오고 일본 훗카이도에도 있는데... 홋카이도에선 워낙 상황이 좋아서 그냥 텃새로 사는 애들이에요. 두루미 보다는 재두루미가 조금 더 크기가 작고 멀리 날아가요. 그래서 재두루미는 부천에도 오고 순천만도 가고 일본 이즈미 남쪽에도 가고 그래요.

Q 전남 순천만에 재두루미가 많이 오죠?

A 순천만에 많이 가죠. 이 순천만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는 기껏해야 50마리 정도 밖에 안 되었어요. 재두루미 보호활동을 하고 먹이를 주면서 환경을 좋게 하니까 2년 전인가엔 1,000마리가 된 거죠.

Q 대장들녘에 찾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A 사실은 대장들녘만의 문제는 아니고요. 사실 얘들이 한강하구 갯벌이나 장안습지 그쪽에서 잠을 자고 먹이 활동을 하러 논으로 갑니다. 대장들녘에 재두루미가 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원래 한강하구에서 재두루미의 먹이터는 김포의 홍도평야였죠. 이 홍도평야에 한강 신도시가 들어오고, 큰 도로가 생기고 하다 보니까 거기서 더이상 살 수가 없는 거예요. 홍도평야에서 쫓겨난 애들이 여기 온 거였어요. 몇 년전부터...

사실 여기도 대안이 될 만한 현재 상황은 아닌거 잖아요. 그래서 가장 좋은 거는 여기뿐만 아니라 김포평야 전체를 대상으로 재두루미의 활동지로써 계획을 짜야 되요. 이게 쉽지 않은 부분이지요. 국가적인 차원 문제이지요.

이 대장들녘에서 꾸준히 먹이활동 할 수 있게 보장을 해주고 그런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단순히 두 마리 네 마리가 아니라 적어도 겨울철에 한 5-60마리는 꾸준히 올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해볼 수도 있겠죠. 제가 가장 많이 봤던 게 한 5-6년전에 67마리까지 봤으니까요. 작년만 하더라도 40마리까지 봤어요.

 

Q 올해에는 한 쌍이 온 거네요.

A 올해는 처음 발견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딱 두 마리만.... 한 쌍만 오고 있어요. 그러니까 대장들녘을 찾아오는 마지막 한 쌍인거지요. 이 한 쌍도 ‘대장들녘에선 얻어먹을 게 없다’ ‘인심이 야박하다’라고 느낀다면 내년엔 안 오겠죠. 이 얘들이 ‘아직 대장들녘에 먹을 게 많다’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 준다’고 느끼면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겠죠. 대장들녘으로 가자고.... 그러면 다들 날아오겠죠.

Q 아, 자랑도 하나요?

A 그렇죠. 순천만이 20년전에 50마리 밖에 없었는데, 지금 1.000마리가 되었어요. 서로 자랑하니까 그렇게 된 거지요. 상당수 재두루미들이 잠깐 순천만에 머물렀다가 일본으로 갈 친구들인데, 일본으로 갈 바에는 여기가 훨씬 좋기 때문에 안 가는 거예요. 하늘 높이 떠서 이동하려고 에너지를 낭비할 바에는 여기서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당연히 새들도 안가는 거지요. 대장들녘에 오는 재두루미도 조금 추워지거나 상황이 안 좋아지면 순천만이나 일본으로 갈건데, 여기서 더 상황이 좋아진다면 내려갈 필요가 없는 거지요.

‘뚜루 뚜루’ 울어서 두루미

Q 두루미는 어떻게 울어요?

A 두루미는 뚜루루루루 울어요. 일본말로도 두루미가 쭈루예요. 쭈루... 우리네는 ‘뚜루 뚜루’ 운다고 두루미이고, 일본에선 ‘쭈루 쭈루’ 운다고 해서 쭈루입니다. 다 의성어에서 따온 거지요. 두루미 울음소리에서...

모든 두루미는 회귀본능이 있어서 자기가 왔던 곳에 다시 오려는 습성이 있어요. 한 20년을 계속 오는 거지요. 목숨이 다 할 때까지... 근데 상황이 안 좋아지면, 월동지나 중간 기착지가 좀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면 그 땅을 버리겠죠. 다른 땅을 선택하기 까지는 참 어려운 과정이지요. 엄마한테 배웠던 길이 있잖아요. 어디를 갔다, 또 어디를 가고... 새끼가 그런 것들을 다 또 잃어버리니까 참 막막하겠죠.

Q 두루미는 모여 사는 걸 좋아하나요?

A 두루미가 많이 모여 있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새의 입장에서는 적당히 한 가족이 안정적으로 차지하는 그 땅이 좋은 거예요. 많이 모여 있는 걸 싫어하죠. ‘이게 가족의 땅이다’ 하고 먹이활동을 안정적으로 하는 거죠. 많이 모여 있으면 서로 쟁탈전을 벌이지요.

대게 새들은 자기 배설물이라던가 걔들은 몸짓이 크니까 울음소리를 내서 영역 표시를 하지요. 학춤처럼 뭐 그렇게 자기 경계를 표시하기도 하고... 가족이 항상 함께 모여 있는 것도 걔들이 집단에 있으면 좀 더 안정적으로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누구는 망을 보고, 누구는 먹이활동을 하고... 그렇게 이동 시기에는 모여서 이동하기도 해요.

왜냐면 같이 모여서 이동을 해야지 여러 가지 외부의 어떤 교란이나 또는 공격에 방어할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이지요. 듬성듬성 활동을 하더라도 실제 이동을 하거나 옮겨야 할 때는 모여서 함께 가지요.

이렇게 소중한 재두루미가 대장들녘에 찾아온 이상 쫓아내지는 말아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이 정말 필요해요.

글·사진 | 한도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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