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최고의 추위를 뚫고...

올 겨울 들어 최고의 추위를 뚫고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부천을 만나게 되었다

 

 

용문내를 처음 만나다.

서울수목원 아파트 앞에서 용문내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고리울, 베르내에 이어 부천을 흐르는 하천을 또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겨울이면 물가에서 어김없이 반겨주는 흰뺨검둥오리들 그리고 콩시루 답사에서 몇 번 만났던 백할미새와 물가 수풀의 참새 떼들. 하천 주변에 많은 식물과 생물들이 있어 겨울 답사의 풍경이 황량 하지만은 않았다.

건지산과 원산, 그리고 멀리 보이는 갈가메까지 주변의 산을 만나고, 마을 주민께서 알려주셨다는 채석장도 보았다. 분위기 있는 경기화학선의 철길을 따라 걸으며 계절이 바뀌면 다시 한 번 방문해 보기로 마음먹는다.

마을들을 배우다.

작년 여름인가 가을인가로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옥길 지구 분양소식을 들었던 것 같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곳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모델하우스가 있었던 탓에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또 건너 건너 아는 이웃은 옥길 지구에서 처음 자신의 집을 분양받고 엄청 행복해 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옥길 지구로 알려져 아파트 들이 들어선 곳을 바라보며 이곳에 있던 마을들의 이름을 배워본다. 옥련동, 게레울 마을, 함박 마을, 범박 마을. 새로 들어선 아파트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고 가족들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라져 버린 마을들 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삶의 터전 이였을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지만, 사라져가는 것들이 가진 이야기도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옥길 마을에서 원주민 분을 만나다.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는 갈가메로 가는 옛길을 따라 걷다가 옥길 마을로 들어가 보았다. 몇 년 전과 달리 빌라 같은 신축 건축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고, 건축이 한창이다.

예전의 길이 막혀 있어서 하는 수 없이 돌아 나오는 길에 마을에서 오랫동안 사셨다는 원주민 어머님을 만나 뵈었다. 오래된 집이야기와 집 앞의 나무 이야기를 시작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높은 건물들이 주변에 자꾸 들어서 힘드시다는 이야기, 규제가 풀리지 않아 다른 곳에 살만한 집을 짓고 이사하고자 하는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사람을 위해 건물을 짓는 것인지. 건물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인지 모를 현실과 누구를 한 규제와 허가인지 모를 행정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오늘 보았던 용문내와 그 일대의 산들, 그리고 옛마을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아마 몇 년 후에는 고만고만한 아파트단지와 그 사이를 흐르는 하천의 모습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는 답사였다.

글 | 유소림(콩시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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