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치 가족

 

 

물까치 가족이 가 나무에 앉는다

발톱으로 움켜쥔 나무에 온기를 전해주면

나무는 꽃잎 내밀 준비를 한다

이 가지 저 가지 옮겨가며

한 겨울내 얼었던 꽃눈을 쓰다듬는다

꽃들이 소리내며 펑펑 터져 오르고...

물까치 가족은 그렇게 사랑을 밀며

하늘 높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매년 봄이면 시간(時間)이 떼로 몰려와

봇도랑에 힘찬 물줄기 일으켜 세우고

매화 꽃망울들 키재기 하게 한 뒤

매봉재나 멀미 산자락을 휘돌다가

물까치 가족을 만나

“어떤 놈들이 지랄 염병허더랑께”

정겨운 소식까지 전해준다

동네 공원에선 성질 더러운 까치떼와

한판 싸우다가도

손수레 밀고 가는 머리 흰 노인네를 만나면

그 등덜미를 봄바람으로 밀어주고

나무둥치 닮은 손등을 가만히 쓸어준다

 

글 | 한도훈 시인, 사진 | 정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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