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기쁨과 이별하면서

  새마을금고에 갔다가 치매보험이 있어 가입했더니 솥단지를 선물로 준다. 장모님이 여든이 훨씬 넘어도 혼자 사셨는데 지난번에 넘어진 뒤로 거동하기 힘든데다가 사람을 조금씩 알아보지 못하면서 장모님을 요양원에 모셨다. 사람은 치매라는 과정을 밟으며 과거와 서서히 이별하는가 보다.

  14년 동안 대학동문들 총무를 맡다가 다른 동문이 그 몫을 맡아 하기로 하면서 오늘로 회비 정산을 다 끝내고 동문들에게 문자 인사를 보냈다. 시원한 것은 알겠는데 섭섭한 구석은 이상했다. 총무라는 일에 정이 들었나 싶었다. 마침 라디오에서 인생 상담이 나왔다. 노인들이 어느 취미에 매달리거나 고물을 끌어 모으는 것은 그런 행위에서 존재하는(사는) 기쁨을 느껴서란다. 그러니 그걸 말리지 말라고..

  아~ 내가 번거로워 하면서도 총무라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꼈나 보다..

 존재하는 기쁨과 이별하면서 섭섭했구나.

  오늘 내 기분이 그렇다고..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여 새마을금고 창구에서 본 김에 치매 보험에 들었다고...

 

글 | 한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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