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의 비애

 

 

  퇴근길에 자동세차장에 들러 세차를 했다. 자동세차는 기름 넣으면서 한 달에 두 번은 하는 편이다. 집에 도착해 자동차를 주차하고 가만히 바라보면서 제발 오래 같이 타자고 속삭였다. 차는 2003년식 이지만 외관은 깔끔한 편이다. 그러나 엄청난 수리비를 달라고 조르고 있다.

  지난번 정비소에 갔을 때 정비기사님이 1. 쇼바가 나갔고, 2. 로워암이 나갔고, 3. 촉매가 나갔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자동차를 시동 걸고 가만히 중립에 놓고 있으면 기어아랫부분에서 떨림소리가 났다. 촉매가 있는 벨로우즈머플러가 나갔을 때 하부에서 떠는 소리가 난다고 했다. 또 코너링 시에 차가 공중에 뜬것처럼 내 몸이 쏠리는 건 쇼바가 나가서인데 가능하면 양쪽을 교환하는 게 좋다고 했다. 로워암이 나간 증상은 잘 못 느끼고 있는데 쇼바와 촉매를 교환하는 비용도 정품으로 하면 백만원에 가까웠다.

  지난해에 밋숀을 교환했고 올해는 쇼바와 촉매를 교환해야하고, 각종오일도 갈 때가 되었다. 파워오일, 브레이크오일, 데후오일... 천상 장한평가서 야매로 할 수밖에 없다. 새차 살돈은 없고.... 중고차를 타는데 차는 내 생활비에서 돈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하마다. 그래도 몇 년 전 폐차한 1998년식 세피아가 아닌 게 다행이다. 그땐 장인어른이 명절에 전화하시면서 차 가져오지 말라고 하시던 때가 있었다. 차가 워낙 찌그러지고 낡은 탓에 지금은 그런 말씀은 안하신다.

 

글·사진 | 이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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