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나도 위장전입을?

 
  위장전입을 고위공직자 청문회에서 문제 삼으면서, 어느 기관이 조사했더니 우리 국민의 30%가 넘게 주민법을 위반한 위장전입 전력이 있다고 통계가 나왔군요. 그러고보니 저도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네요.
 
  1988년인가 경기도 양평 어느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할 때인데요. 고3 학생들이 수능을 끝내고 운전면허를 단체로 딸 때입니다. 경기도 여주 면허시험장은 양평과 가까워서 여주 운전학원에 가서 연습하기도 좋고, 면허를 따기도 좋은데요. 그때는 관할이라는 게 있어서 양평 사람은 경기도 북쪽 끝에 있는 의정부 면허시험장에 가야 했지요. 운전연습은 말할 것 없고, 시험을 치르자면 경기도 남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넉넉히 하루를 잡아야 했어요.
  그래서 고3 전교생을 편법으로 여주 어느 한 집으로 주소를 몽땅 옮기고 인솔교사인 저도 그 집으로 주소를 옮겨서 여주 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죠. 가본 적도 없는 여주 어느 한 집에 서류상으로 수백 명이 사는 겁니다.
  그래도 그때는 그게 통했어요. 본인이 위장전입을 했을 뿐만 아니라 고교생 수백 명을 불법으로 인도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선생을 잘못 만나 수백 명 학생들이 앞으로 고위 공직자가 되는 길이 막혔구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제도가 사람을 힘들게 해도 복종하여 의정부에서 면허를 따거나 학생들에게 따게 했어야 합니다.
위장 전입이 다 그렇고 그런 거라고 현 시국에서 물타기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 시기 그런 과오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집 앞 차도가 왕복 2차선(가는길 1차선, 오는길 1차선)이에요. 그 길 양쪽에 어떤 차라도 1대씩 주차하면 오가는 차들은 모두 중앙선을 넘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모범택시가 죽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면서 매일 그런 상태에 있습니다. 경찰이 맘먹고 단속하면 중앙선을 넘는 차들은 모조리 딱지를 떼겠죠?
  주차장도 그래요. 약대동은 구도심이라지만 부천시청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을 만큼 가까운데도, 동네에 공영주차장 하나가 없어요. 그나마 약대초등학교에서 교사 퇴근 이후 학교 주차장을 쓰게 편리를 봐주어 야간주차는 조금 숨통을 트고 있지만, 낮에는 차를 한가로이 세울 데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동네에서 주차 단속을 한다든지, 중앙선 침범 딱지를 뗀다든지 하면서 운전자 도덕을 탓하기 어렵죠.
 
  말하자면 여건이 안 되고 제도로 뒷받침해주지 않으면서 서민들에게 "사람이 그래도 그래서는 안되지"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 말이 위장 전입 물타기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고위 공직자는 일반 서민과 도덕을 재는 기준이 달라야 합니다. 백악관에서 클린턴이 어느 인턴과 뭔 짓을 하든 미국민이 알 만큼 알고 마무리하였지요. 그처럼 국무총리나 장관을 두고 성직자를 뽑는게 아니라면 청문회에서 죄를 물을 것이 있으면 묻고 추궁할 것이 있으면 추궁하고 대통령이 임명 여부를 최종 판단케 하면 될 일이죠. 그게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고 국정 방향이 되겠지만 말이죠.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