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가.

  명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떠오른

'데리고'와 '함께' 또는 '같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가.

'목적'인가, '수단'인가.

 

 우리는 말을 나누고 일을 하거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모임, 조직, 단체, 일터 등에 관여하거나 소속이 되어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크던 작던 모임 혹은 조직에는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리더가 생긴다.

 특히 기업이나 여러 가지 생계와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라던가 조직에서는 거기에 적합한 사장, 부서장, 팀장 등의 리더가 생긴다. 장(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 한 마디의 말 속에 배어나오기도 한다.

 

“내가 '데리고 온 직원'이야...”

“내가 '데리고 일하는 사람'이야...”

 

 언제였나. 이십대 후반으로 기억한다. 어느 대북지원단체에서 주최한, 식량난으로 인해 굶주림에 죽어가는 북한어린이돕기 모금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걸으면서 모금운동을 한 것이다. 발에 물집이 잡혀 터지고 발목과 무릎이 시리는 등 여러 아픔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온전히 두 발로 국토의 반을 걸었었다. 백두산까지 갈 수 있었다면 더 좋았으련만...

 

 중간 중간 도시를 지날 때는 굶어 죽어가는 북한어린이들을 좀 도와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말이다. 그때 들고 걸었던, 굶주려 뼈만 앙상한 북한 어린이의 사진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아린다.

 그때 겪었던 씁쓸한 기억 하나가 있다. 모금 활동을 하며 도시를 지날 때 잠깐씩. 멈춰있는 승용차 운전자들도 더러 모금에 동참해 주시곤 하셨는데, 가만 보니 평균적으로 작은 차량을 운전하시는 분들의 모금 동참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뭐 큰 차 유지하려면 더 많은 돈이 들 터이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었다.

 그 당시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구간구간 병원 구급차와 의사와 간호사 한 사람이 뒤를 따르며 함께 했었다.

 어느 구간인가 의사로 온 형과 좀 친해졌는데, 간호사를 찾던 와중에 보이지 않아 의사 형에게 아무 생각없이 "형 데리고 온 간호사가 안 보이는데 어디 갔어요?" 라고 물었었다. 지나고 보니 내가 무지 실수를 한 거다.

 그런데 의사 형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내가 데리고 온 게 아니고 함께 온 거지...!"

 의사 형이 크게 나무라지는 않았지만, 순간 쿵~~~ 하고 뭔가 머리와 가슴을 강하게 때리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실수나 잘못의 문제가 아닌 그 이상의 무게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누구나, 자기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보다는 '함께 다니는' 사람이 좋을 것이고 자기를 '데리고 일하는' 사람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을 것이다. 아울러 존중받는 느낌도 들 것이다.

 세상사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갑질'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기도 한다. 크던 작던 내가 갑의 위치에 놓였을 때 함께 걷거나 일을 하게 된 사람한테 혹여나, '함께'나 '같이' 가 아닌, '내가 데리고 온 사람'이라거나 '내가 데리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어떤 조직이나 무리의 리더가 되는 사람들의 작은 말 한 마디, 시선 하나가 참 중요하지 싶다.

 

 명상을 한 곳의 리더가 되는 분은 '함께'나 '같이'라고 하는 분인지, '내가 데리고' 라고 하는 분인지 잘 모르겠다. 말은 시골 무지렁이도 편히 듣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식자를 향한 것 같고, 얼굴도 웃고 미소를 띄고는 있으나 그 시선은 어디의 누구를 향하는지 모르겠다.

 잠깐이지만 부족한 몸과 마음을 나누고 기대려던 마음과 여력이 되는대로 작은 것이라도 다 맡기고 함께 꿈을 꾸고 일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사그라진 건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내 느낌, 동물적인 본능이 맞지 않길 바래본다. 작더라도 희망을 놓지 않게...

 

  '함께' 또는 '같이'와 '데리고'의 차이는 사람을 '목적'으로 보는지, 사람을 '수단'으로 보는지의 차이가 아닐까. 명상 관련 프로그램이 아닌, 함께 한 여러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고 조금은 쓸쓸이 명상을 끝낸 충청도 산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드는 생각이다.

 

글 | 김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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