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새로고침> 추천사

 

<지방자치 새로고침> 추천사
 
독점정치에서 시민정치로
 
 15년쯤 전, 독일에서 온 정치교육 전문가와 토론하던 중 (독일 정치교육 효과를 예로 들며) “한 지방도시에서 청소년들이 ‘교육환경 개선’과 관련된 요구를 여기저기 하고 다녀도 성인들이 귀 기울이지 않고, 시의원들이 신경도 쓰지 않자 다음해 지방선거에 ‘청소년당’을 만들어 2명의 청소년이 시의원이 되었다”고 말하자 참가자들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피선거권이 몇 살이냐?”, “정당을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냐?”, “학교를 다니면서 시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냐?” 등 수많은 질문을 쏟아낸 적이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이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1년 6개월간 체험하여 쓴 책 ‘참 자치란 무엇인가?’에는 인구 1만 명의 도시이긴 하지만 시장 책상이 평직원 옆에 놓여있고, 전용차량은 물론 비서도 없고, 직원들이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는 시장과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하는 공무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시민친화적이고, 유연한 정치는 어떻게 가능할까? 경직되고, 획일적인 정치. 기득권으로 가득하고, 시민들의 일상생활에는 무관한 정치, 도대체 정책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민원성 공약만 가득한 정치. 우리 정치의 암담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꼼꼼히 읽다보면 선진국 생활정치와 우리나라 기득권, 칸막이 정치의 차이가 민주주의 역사와 경험, 문화 뿐 아니라 선거제도와 정치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민의 땅 매각이나 거대 개발사업을 제대로 된 시민 의견수렴이나 공론(公論) 형성도 없이 진행하는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 시의회 본연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자당(自黨) 자치단체장과 개발사업에 일로 매진하는 시의회를 지켜보면서 박근혜 전 정부와 같은 불통과 적폐가 지역에서는 일상이고, 이런 전근대적이고, 일방통행적인 정치는 정치독점. 정치기득권 구조 안에서 자리잡고 있음을 수없이 목도했다.
 
 하지만 사회는 변하고, 시대에 조응하지 못하는 것은 무너진다. 세계적으로는 새로운 정치의 물결이 거세다. 스페인 포데모스, 이탈리아 오성운동, 프랑스 대선 등 기득권 정당정치가 일거에 무너지고,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정당들이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그 강고했던 기득권, 특혜, 개발위주 세력이 촛불혁명을 통해 주춤하며 물러서있을 때, 새시대의 전환을 구조화하려면 이제는 ‘독점정치’를 ‘시민정치’로 변화시켜야 한다.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 시민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정치, 다양하고 유연한 정치, 시민에게 물어보고 토론하고 결정하는 정치!
 
 그 새로운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무소속 시의원으로 생활현장 곳곳을 발로 누비며 부딪히고, 깨지고, 해결했던 저자의 생생한 문제의식과 목소리를 함께 읽고, 토론하며 시민정치를 싹틔우자!
 
글 | 김기현(부천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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