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몸 살
황금숙
 
늦봄이었어
벚꽃들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피어났지
바람이 살짝 한번 스쳤을 뿐인데 다 떨구려고 들었어
꽃눈이 쌓여 갈 때
나 멋모르고 아득하게 휘날렸던 것 같아
 
넋을 놓고 바라보았지
아마 그쯤이었을 거야
정신없이 꽃잎은 쏟아지는데
푸른 가지 하나 느닷없이 툭 부러지던 때가
천둥 번개도 이보다 더 요란스럽지는 않았어
 
얼떨결에 나도 덩달아
한숨을 내려놓을 뻔 했지
생가지 꺾인 곳은
해마다 소금 같은 벚꽃을 피워
 
오늘도 늦봄인가 봐.
 
<프로필>
-방송대국문과 졸업
-부천복사골문학회'조마루'수필동인
제1회 시흥신인문학상 수상작-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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