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지난 4월 8일 목포작가회의 청소년 백일장에서 입상한 작품입니다>

일주일전 이곳에서 수명이 죽고, 수백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통곡의 벽 너머에 모여 있었고, 모스크에서 예배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이 가세해 노란색 깃발로 표시해둔 데드라인을 넘어 다가왔다. 우리는 멈추라고 총부리를 겨눴다. 그들은 우리에게 돌을 던졌다. 우리는 방아쇠를 당겼다. 저격수는 쓰러진 사람들을 쏘고, 부상자를 데리러 오는 사람에게도 쐈다. 시체 주위에 시체가 끊임없이 늘어났다. 시체는 밤새 이슬을 맞았다. 집으로 돌아가 씻고, 가족들과 저녁을 먹은 후 아들과 키스하고, 아침이 되어 이를 다시 반복하고 다시 벽에서 경계를 설 때, 시체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부대 뒤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금요일과 토요일이 지났다.
노란 깃발 너머로 한동안 모스크의 절제된 의례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거나 들리지 않았다. 우리 군인들은 외신 기자들이 오는 것을 막았다. 그들은 순순히 돌아갔다. 나는 퇴근 후 교회로 갔다. 하나님 우리를 도우소서.
깃발이 바람이 나부낀다. 나부끼는 깃발너머로 소년의 얼굴이 사라졌다. 보인다. 8살도 안돼보이는 굉장히 앳된 얼굴이다.

나와 같이 경계를 서던 병장이 외쳤다.
“꼬마야, 여긴 뭐 땜에 왔니! ”
“엄마 아빠를 못 보셨나요?”
“너네 부모라면 내가 봤지!” 선임은 웃으면서 총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이름이 뭐니 꼬마야!”
“아미르”
“응? 잘 안들리는데? 좀 더 가까이 와주겠니”
소년은 깃발 바로 앞까지 왔다.
“아미르!” 늙은 여자가 외쳤다.
내 아랍어 실력으로 그녀의 발음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소년은 우리와 늙은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늙은 여자에게로 뛰어갔다. 나는 집으로 가서 아내에게 이 얘기를 해줬다. 그녀는 웃으면서 아이들은 사탕 같은 것으로 꾀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들의 머리를 감겨줬다. 8살된 아들은 오늘 처음 학교를 갔다. 아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했는지 계속 재잘거렸다.
화요일은 비가 내렸다. 지독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노란 깃발조차 보이지 않았다. 수요일도 목요일도 굵은 빗방울은 피로 비릿한 대지를 적시었다.
연대장이 우리 부대를 방문했다. 대대장은 내일 대규모 소요사태가 예상되니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했다.

내 이름은 아미르, 이븐 압둘 아지르의 아들. 저번주 예배를 갔던 부모님이 돌아오지 않으셨다. 나는 부모님을 찾아 유대인들이 세운 장벽까지 갔지만 할머니에게 다시는 그-쪽 근처로도 가지 말라고 혼났다. 청년들을 태운 자동차가 내가 사는 지구를 계속해서 지나갔다. 그들은 확성기로 외쳤다.

“형제들! 피의 금요일을 잊지 맙시다! 먼저 쓰러져간 형제들을 위해 눈물을 흘립시다. 억울하게 죽어야했던 형제들을 위해 집결합시다.” 며칠을 그렇게 그들을 알리고 외쳤다.
“비가와도 불쌍한 형제들이 흘리는 눈물입니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할머니는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다 창문을 닫았다. 내가 저게 무슨 뜻이냐 물어도 할머니는 대답이 없으셨다. 그저 불쌍한 놈이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전날 내린 지독한 비는 어떻게 된 건지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햇볕이 따갑다. 안약을 넣기 위해 고개를 위로 젖힌다. 햇살 때문인지 안약 때문인지 눈이 따갑다. 팔레스타인 시가지에서부터 드문 확성기 소리가 들려온다. 실탄 보급 받은 총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나는 할머니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시장에는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외쳤다. 아지르! 타미리!...... 검은 옷을 입은 이맘들을 앞으로, 어른들은 유대인들의 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부대안에 지원온 메르카바 전차들이 도열해 있다. 군중들이 보안 장벽으로 오고 있었다. 햇볕에 바싹마른 깃발은 바람 한점 없어 자신의 노란 터럭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마치 지금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나는 관측경에 머리를 디밀었다. 메가폰을 쥔 검은 옷을 입은 이슬람 승려들이 뭐라 말하면 군중들은 그것을 따라 외쳤다. 아주 어려보이는 소년도 그 조그만 입술을 움직였다. 시위대는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았다. 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전차들이 보안벽 너머로 전진 했다. 군중들은 노란 깃발 바로 앞까지 왔다.
나는 주먹을 쥐고, 검은 옷을 입은 이 맘들 사이를 비집어 들어갔다. 이 맘을 너머엔 수많은 전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전차너머에는 군인들이 우리를 손가락질 하며 웃고 있었다. 저 손가락 끝에 우리 부모가 쓰러졌을 것이다. 나는 쥐고 있던 돌멩이를 있는 힘 껏 던졌다. 그러나 돌멩이는 전차까지도 가지 못했다. 군인들은 내가 들릴 만큼 크게 웃었다.

그들은 노란 깃발을 무시하고 다가왔다.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전차포가 불을 뿜었다. 어른들이 쓰러졌다. 사람들은 뒤돌아 도망갔다.
메로카바 전차들은 도망가는 군중들의 뒤로 쫒았다.
나는 계속 자리에 서있었다. 지구상의 모든 돌들을 던지더라도 저들에게 닿을 때가지 던질 것이다. 저번에 봤던 그 소년이다. 소년은 도망가지 않았다. 계속해서 돌멩이를 우리에게 던졌다. 전차의 궤도길은 그 소년 앞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쿠르릉, 전차의 하얀 연기가 내뿜어 진다. 연기가 걷혔을 때 소년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1시간뒤 비상사태는 해제되었다. 생활관으로 돌아와 손을 씻는다. 화약냄새는 그 비릿한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손으로 아내의 볼을 집는다. 음식을 집는다. 아들의 손을 잡는다. 분명히 지워지지 않을 화약 냄새지만 가족들은 냄새가 나는지도 모르는 듯 하다. 나는 아내에게 소년 얘기를 해주었다. 매연에 가려져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침대에 누워 잠자코 듣던 아내가 말했다. 월요일날 아빠 직업 발표수업 가는 거 잊지마, 알겠어
교실로 들어간다. 제복을 입은 아빠를 자랑스러워 하는 아들의 얼굴이 보인다. 아들을 향해 웃어주고 교사의 도움을 받아 교탁 앞에 선다.

“안녕, 반갑다. 아저씨는 군인이야. 아저씨는 이스라엘 땅 바깥의 나쁜 놈들로부터 이스라엘을 지키는 일을 해”
아이들은 입이 벌어진다. 나는 한번 더 웃어 보인다.

아이들이 외친다.
“저도 아저씨처럼 멋진 군인이 되어 이스라엘을 지키고 싶어요!”
나는 더 활짝 웃으며 말한다.

“그래, 꼭 그러려무나.”

 

 
<본 작품은 지난 4월 8일 목포작가회의 청소년 백일장에서 입상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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