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럭 수리 전문 팀을 운영해주세요

보도블럭 수리 전문 팀을 운영해 주세요. 보도블럭은 해마다 새로 까는 것이 아니라, 살살 달래가며 100년을 쓰는 겁니다.

아직도 여러 지방정부는 연말에 보도블럭 공사를 합니다. 보는 사람마다 그 공사를 고마워하지 않으며, 한 마디씩 던집니다.
"예산이 썩었군."
"예산이 남아도네."
이제 시민들도 알 만큼 압니다. 연말에 보도블럭을 새로 까는 것은 지방정부가 하는 일 중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욕먹는 일입니다.

부천은 과거에 해마다 보도블럭 교체와 수리 비용으로 8억원쯤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6년에 86억원을 보도블럭 예산으로 쓰면서 부천 시민들이 경악했는데요. 2017년에도 자그마치 20억원을 보도블럭 예산으로 썼다네요.
이 두 해에 평소 예산 13년치를 쓴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보도블럭 업체를 대놓고 먹여살리고 싶었나요? 그렇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도블럭이라도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가요?
옛어른 표현대로 "부천 시장과 부천 시의원들에게 보도블럭 귀신이 붙은 것"입니까?

보도블럭 전문 수리팀을 연중 운영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도시 전 지역에서 인도를 잘 이용할 수 있어요. 유럽 역사깊은 도시들은 100년된 도로도 즐비합니다. 물론 우리는 돌 블럭이 아니라 시멘트 블럭이라서 역사적인 때는 없지만, 손질해 쓰면 그래도 오래도록 쓸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 미군과 같이 생활한 적이 있는데요. 미군 막사는 함석으로 된 둥근 지붕 막사였습니다.
"이거 6.25전쟁 직후에 지은 건물이야?"라고 할 정도로 오래된 건물인데요.

해마다 일정한 날짜에 외벽 페인트칠을 하고, 실내 고장은 그때그때 수리가 되었으며, 부품은 수명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교체합니다.
말하자면 겉으로 보기에 허름한데도 실내는 깨끗하며, 쓰는데 하등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엊그제 남북 정상이 만나던 판문점 회의장을 보세요. 낡고 허름하지만 깔끔하게 도색하여 여태 잘 씁니다.

그런데 그런 건물이 한국군에게 이양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형편없이 쇠락하더군요.
건물을 평소에 유지 보수하는 시스템이 없으니, 최고 지휘관이 지시하면 고치고, 아무 말이 없으면 그냥 되는대로 쓰기 때문입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나라와 사회, 건물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선진국, 어떤 문제가 생기면 사람탓을 하고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후진국이더군요.

인도 보도블럭은 어떤 식으로 시공하든 가로수가 자라면서 2~3년 안에 원래 모습을 잃습니다. 아무리 새 것, 신재료로 시공해도 2~3년마다 가로수 주변 인도를 손봐야 한다고 전제해야 합니다. 나무 뿌리는 바위도 갈라놓을 정도로 힘이 세거든요. 차도와 인도를 갈라놓는 경계석을 들어올리거나 차도쪽으로 밀어내기도 합니다.

특히 구도심은 손길이 더 많이 가는 곳인데도, 제가 구도심에 산 지 6년이 되었지만 인도를 정비한 적이 없습니다.
구도심은 노약자들이 많이 살아서 인도에 조그만 턱이 있으면 한낮에도 보행에 커다란 장애가 됩니다. 새로 깔지 않아도 좋으니 있는 거라도 잘 다듬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4인 1조 수리 전문팀을 운영합시다. 전문 장비를 확충하여 보도블럭을 쉽게 들어내고 나무뿌리를 다듬고, 모래를 채운 뒤 빼놓았던 보도블럭으로 다시 덮어주면 됩니다.
전문팀으로 5조를 운영하면 모두 20명이고요. 1조가 하루 2군데를 수리하면 1년에 500군데이며, 5조가 1년에 2500군데를 손볼 수 있습니다.

인건비를 포함하여 1년 8억원으로 보도블럭을 새 것으로 깔지 않아도 도시 전 지역에서 깔끔하게 정리된 인도를 연중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부천이 지난 두 해 100억원 보도블럭을 어느 동네에 집중적으로 깔았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 누릴 수 있었던 복지가 희생되었다는 뜻입니다. 해서는 안될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인천 부평구에서 엊그제 보도블럭을 수리한 모습입니다. 과거 인천시장의 방만한 시정 탓에 빚이 많아서 지금도 인천은 공무원 월급을 주네 마네 합니다.
그러나 보도블럭 수리에서 인천 부평구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부평구는 적어도 보도블럭 수리에서는 선진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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