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닭다리는 누가 먹을까?

 
 대화의 중요성은 잘 알면서도 가장 힘든 부분은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것을 보고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상대는 나와 다르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소통이 원활해진다. 문제는 너와 내가 다름을 머리로는 아는 데 실전에서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게 어렵다. 머리로 알지만 현실은 ‘소와 사자의 결혼이야기’처럼 살고 있다. 많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한번 더 짚어보자.

 

소와 사자의 결혼 이야기

  소와 사자는 열렬히 사랑했으나 혈통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안의 반대가 심하였다. 그럼에도 너무 사랑했기에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는 데 성공하여 알콩달콩 사랑하며 살아갔다. 사랑을 하면 상대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라 소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사자에게 먹이고 싶었다. 소는 꼭두새벽 일어나 이슬을 머금은 싱싱한 풀을 뜯어다 사자에게 주었다. 사자는 풀을 좋아하지는 않았으나 소의 정성을 잘 알기에 풀을 먹·어·주·었·다. 사랑은 받으면 주고 싶은 법인지라 사자 역시 먼 사냥 길을 나서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싱싱한 고기를 소에게 갖다 주었다. 소도 고기를 좋아하지 않으나 사자의 정성에 먹·어·주·었·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하던가. 소와 사자는 어느 새 먹고 싶지 않는 음식을 자꾸 주는 것에 견디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나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기에 음식에 대한 불만은 그대로 둔 채 사소한 것으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 포크가 지저분하다 ”

“ 그릇이 예쁘지 않다”

등의 엉뚱한 것으로 화살을 돌리며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렇게 싸우던 소와 사자는 급기야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혼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던진 그들의 각자 한 마디는

“ 난 당신에게 최선을 다했어!”

 

 소와 사자의 결혼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저 웃을 수만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가져온 참극이다. 너와 내가 다름을 머리로 알지만 생활 속에서는 여전히 너와 나는 같을 것이란 생각을 더 쉽게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위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사람들은 ‘물어 보면 될 걸~’ 한다. 아주 간단하다는 듯이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난 당신에게 최선을 다했다” 는 한마디였다. 그 최선의 방법이 잘못된 것을 알지 못한 채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것이다. ‘잘못된 최선이 최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흔히 나의 기준으로, 나의 가치 판단으로, 나의 잣대로 상대방을 보고 이해하려 한다. 선입견, 편견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나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상대방을 나의 프리즘으로 관찰하고 고집부렸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문득 우리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치킨이 생각났다. 필자는 세 식구다. 치킨을 시키면 닭다리는 2개가 오는 데 내가 가장 좋아한다. 한동안 닭다리를 남편과 아이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의심이 없었다. 가장 맛있는 부위를 남편이기에, 내 딸이기에 당연하게 먼저 권하면 말없이 받아먹었다. 그러나 사실 가끔은 주는 대로 맛나게 먹어 버릴 때 살짝 서운함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래도 먹는 것 같고 말하기는 왠지 쪼잔해 보이는 거 같아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준 것이라는 괜한 위로감으로 그냥 넘어갔는데 하루는 소와 사자의 결혼이야기가 생각나서 치킨을 먹기 전에 물어봤다. 어느 부위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아~’ 남편과 아이는 닭다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단다. 그럼 왜 먹었냐고 물으니 ‘주니깐 먹었다’고 한다.

이럴 수가...

물어보면 될 것을..

그렇게 간단한 한마디였는데...

혼자 괜히 뿌듯해하고 혼자 괜히 서운해 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은 않았다. 너무 당연한 이치를 현실에서는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 날 이후 우리 집에서 배달치킨을 시키면 평화가 찾아왔다. 내가 닭다리 2개를 다 먹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당당하게, 맛나게. 하하하

최숙희의 소통레시피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더라도 한 번쯤은 질문해 보세요. 나하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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