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연기에 부쳐

한국사람들이 김정은을 이해하고 미국 트럼프를 성토하는 분위기네요. 어쩔? 남쪽 사람이 모두 종북이 되었어요.

미국놈 믿지말자는 말도 나오네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좀더 기다려 보세요..
북이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마당에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을 만나도 북에 마땅히 줄게 없었어요.
트럼프가 문재인과 김정은 뒤통수를 친게 아니라, 제대로 줄게 없어서 미안하니까 회담을 좀더 뒤로 미룬 겁니다.

호주에 사시는 박화서 선생님은 어제 이렇게 표현했어요. 서양인은 동양인을 우습게 알고 애들 다루듯이 가르치려 한다는 겁니다. 그러다 아주 복잡하고 차원이 높은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당황한다는 거지요.

트럼프는 나이 어린 김정은과 허허 대는 문재인을 만나면서 대충 해결할 걸로 알았는데,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이 말처럼 쉬운게 아니라는 걸 알고 당황한 겁니다.

30년전에 양평에서 부장교사로 근무할 때였는데 동료 남교사 3명이 출근길에 사라집니다. 승용차가 드문 시절인데, 어느 교사가 새 차를 샀거든요.
나중에 들은 바로는 햇살이 너무 좋아서 출근하다가 그 차를 몰고 강릉에 갔다는 겁니다.

충동적인지, 계획적인지는 지금까지도 모릅니다. 그날 학교장이 출장이었고 교감이 양순한 분이었는데, 가출교사들이 나중에 돌아와서 "교장이 가출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니 거의 계획적이었을 겁니다.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죠. 사고가 난 것인지, 사고를 저지른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상황을 학교장과 도교육청에 보고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학교장이 없는 상황에서 교감이 책임을 몽땅 뒤집어 써야 하는 일이었죠. 여러 부장교사가 교감을 설득하여 교장과 도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가출 교사들이 아무 일없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요. 돌아오면 교내에서 조용히 처리하는 것으로 하면서도, 하루종일 조마조마했어요.

그러다가 학교장이 알아 버렸습니다. 학교장이 출장중 학교로 전화해서 교감에게 무심히 "학교에 별 일 없죠?"하고 물은 겁니다. 이에 교감이 그 심리적 압박을 못이겨 가출 사실을 고백했고, 학교장이 바로 귀교했습니다.

이미 하루가 거의 다 지난 간 다음이니, 도교육청에 보고를 해도 다음날 아침에 보고해야 할 판이었죠. 학교장은 가출 교사들을 도교육청에 보고하여 징계하겠다고 펄펄 뛰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교장실에 번갈아 들어가 학교장을 설득했습니다.
"젊은 날 치기이니, 용서해주세요"라는 식이었죠.
물론 학교장은 용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설득하러 교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용서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교사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이 가출해도 말릴 참인데 교사가 일탈했다. 더구나 교장은 출장중이었고, 교감은 양순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이용한 것이다.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런데 가출 사실을 즉각적으로 경기도교육청에 보고를 안 했으니, 인간적으로 해결하려한 교감까지 징계를 받아야 한다. 교장선생님도 교사 관리 부실로 명성에 흠이 갈지 모른다.
징계를 당하면 저 젊은 교사들은 퇴직할 때까지 인사기록부에 징계 사실이 빨간 줄로 남는다.

그러니 일벌백계를 도교육청 징계 방식 말고 교장선생님 개인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면 어떻겠냐? 예를 들어 싸대기를 세 대씩 때리거나, 조인트를 까면 좋겠다."
학교장이 조용히 듣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교사들이 아무 탈없이 귀가했고, 도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징계없이 학교장 문책으로 조용히 마무리되었습니다.

문재인이 트럼프를 만나 온몸으로 설득한 겁니다. 김정은 요구는 이렇고, 트럼프 네 처지는 이렇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문재인이 온몸으로 접근하니 그제서야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며 북미회담이 김정은에게 사탕 몇 개 쥐어주는 일이 아니란 걸 알았을 겁니다.
자기가 김정은과 문재인을 가지고 노는 줄 알았는데, 자칫하면 노벨상은커녕 자기가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겠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김정은이 인질 3명도 풀어줘, 핵실험장도 폭파해.. 그런데 자기는 뭘 줘야 그에 상응하는 선물일지를 못 정한 겁니다. 설렁설렁 서양 백인이 온몸으로 다가온 동양 황인을 우습게 알았다가 당황하는 겁니다. 트럼프가 제갈공명과 사마의를 당해낼 수를 찾으려고 회담을 연기한 겁니다. 기다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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