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쯤, 무언가를 일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윗집이 망치질을 하나, 아니면 아랫집이 공사를 하나. 그 소리가 옮겨지더니 조금은 작게 들렸다.
똑, 똑, 똑. 아..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아침부터 '예수믿으세요' 는 아닐테고, 그렇다고 가스검침도 아닐텐데 누가 이렇게 문을 두드리고 다니지 싶었다.
아랫층 여자가 문에 대고 소리지른다. "누구세요!"라고.
그러자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멈추더니 쉰소리를 낸다. "심곡본동 노인정에서 나왔습니다." 할아버지였다.

아랫층 여자는 이내 대답을 멈추고 제 할일을 하는 듯하다. 설거지소리와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할아버지는 "위험한 사람 아닙니다. 의심하지 마시고 문좀 열어보세요."라고 사정하듯 말했다.
여자는 답이 없다. 나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할아버지는 "왜 이리 사람을 못 믿나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셨다. 할아버지가 '왜' 왔는지는 궁금하다. 하지만 그 이유가 부정적인 상황으로 쏠린다. 경계하게 된다.

할아버지의 의도가 어떻든 지금은 21세기고 선함을 빙자한 사건사고가 너무나도 많다. 낯선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도 기술이 필요하다.

왜 이렇게 객체화 돼버린 걸까. 씁쓸하면서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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