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의사를 주먹과 발로 폭행하는 사건이 생생한 영상과 함께 보도되었다. 그 의사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3주의 상처와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휴직에 들어갔다고 한다.

‘사랑의 매’라는 말이 쌩구라이듯이 세상에 선한 의도를 갖는 폭력은 없다. 모든 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한 순간에 짓밟아버리는 악이다.

도대체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이렇게 폭력에 둔감해야 하는 것일까? 세상에 맞아도 싼 존재는 없고 욕 먹어야만 정신 차리는 존재도 없다. 맞아야 말을 듣는 존재도 없고 희롱 당해도 괜찮은 존재는 없다.

사회적 지위나 위계관계에서 오는 갑질에 의한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약자의 강자에 대한 폭력도 마찬가지로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다만 약자의 강자에 대한 폭력은 약자로서 그럴 수 밖에 없는 근본 구조에 대한 성찰과 개선을 동반해야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폭력 자체를 용납할 수는 없다. 폭력은 모든 맥락을 떠나 그 자체로 악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환자분들이 의료진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 공권력이 아무 대처도 하지 않는 것은(실제로 병원애 온 경찰들은 꿔다논 보릿자루 처럼 멀뚱멀뚱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밑바닥에 환자가 약자라는 의식이 깔려있고 주먹 몇대쯤이야 일상 다반사니까 알아서들 해결하라는 폭력 둔감성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환자-의사의 관계에서 의사는 강자가 아니다. 그저 자기가 알고있는 전문지식 약간 정도에 잘난체하고(사실 의사의 자신감은 환자의 치료에 중요하다), 환자의 예후와 안위에 늘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쫌팽이들이 대부분이다. 환자분들께 대범하게 욕하거나 물컵을 집어 던지거나, 시원하게 선빵 날리는 의사를 난 본 적이 없다. 병원에서 행패를 부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환자분들이고 그 대부분은 의료사고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대기 시간이 길다거나 빨리 낫지 않는다거나 하는 소소한 일로, 때로는 불가항력적인 일들로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응급실에서 자기를 쳐다본다는 이유로 무방비 상태의 의사에게 엘보우를 날려서 코뼈를 부러뜨리고 로킥으로 의자를 날려서 피투성이 의사를 쓰러뜨린 자 옆에 경찰일 듯 보이는 자는 멀뚱멀뚱 서있고 가해자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났다고 한다.

내일 병원에 출근해야하나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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