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6학년의 반 이름은 정육점이다. ‘정말 웃긴 육학년 점점 더 정이든다’의 줄임말이다. 열세 살쯤 되면 멋져 보이는 이름으로 할 법도 한데, 아직은 웃기고 재미난 게 좋은가 보다. 산학교는 1학년부터 9학년까지의 아이들이 반별로 생활하고 한 반은 대게 열명 내외의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 6학년은 유독 들고남이 많아 지금은 다섯 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 6학년 사진

한 반의 인원수가 적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이 많다. 열 댓 명의 아이들이 나눠 하던 역할을 다섯 명이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 식사당번, 회의, 수업, 행사 준비에서 한 사람이라도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피하거나 묻어갈 수 없는 것이다. 관계도 전면적이다. 싫든 좋든 다섯 명의 아이들은 서로 부딪치며 지내야 한다. 한 반의 인원이 훨씬 많은 일반 공교육과 비교하면 엄청난 경험의 차이일 것이다.

산학교에 와서 배운 것은 교육은 삶이라는 것이다. 6학년 담임을 준비하면서 뭔가 부족하면 어떡하지? 내가 무엇을 더 주어야 할까? 머리로 많은 생각들을 했지만, 사실 답은 없다. 그냥 아이들과 매 순간을 살아갈 뿐이다. 수가 적다고 불평하기보다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한다. 더 할 수 있는 아이들은 마음을 내고, 두렵거나 걱정이 많은 아이들을 독려한다. 모두가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애쓰고 있음을 서로 보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열명일 때보다 더 큰 힘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 연극이 끝나고 난뒤

2학기가 된 지금, 다섯 명이 꿈틀대며 많은 일들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다섯 명 중 세 명이 작은 산회의를 이끄는 의장단 역할을 하고, 나머지 아이들도 자치기금위원회, 장터 기획단 등 학교 일을 도맡아 했다. 또한 연극 수업에서 1학기에는 온 힘을 다해 연극 공연을 만들었고, 그간의 이야기와 아이들의 글이 실린 책을 낼 예정이다. 프로젝트 수업으로 (다섯명이어서 남는) 교실 한쪽 공간에 쉼터를 만들었고, 지금은 도시락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 도시락은 스스로 싸자’라는 취지에서 시작했고, 건강하고 맛있는 도시락 메뉴-(평범하지만 특별하다고 말하고 싶은) 참치김밥이다-를 선정하고 연습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판매도 하고 나눔 활동도 하고 있다. 다섯명이서 생활하는 건 마지막일 터라 소소한 도전, 추억도 많이 만들고 있다. 함께 여행도 다녀왔고, 산행도 다녀왔고, 마라톤 대회도 나가기로 했다.

▲ 참치김밥 만들면서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한 반에 많은 친구들이 있었고 매년 반이 바뀌었으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던가, 그들 중 누구와도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었나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여전히 다섯 명 뿐이어서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어른들에게, 나와 아이들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반 이름 그대로 정말 웃긴 일들을 함께하며, 점점 더 정이 들어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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