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지역 방송에서 한 영상물을 보았습니다. 환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네 사람이 모두 ‘살기 좋은 부천시’라고 노래를 부르면서요. 영상물의 제목은 ‘힘내라! 부천시민 - 여성친화도시 편’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부천시 홍보영상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분홍 셔츠에, 몸에 꼭 끼는 푸른색 바지를 입고서, 흰색 샌들을 신은 성인 여성이 가장 앞줄에 나와 있습니다. 그 왼쪽에는 진노랑 셔츠에 짧은 치마바지, 흰 운동화를 신은 사람, 이제 막 십대 문턱을 넘어서려는 아동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 뒤로 두 명의 남성이 있는데요, 성인 여성과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남성과 하얀 머리의 나이 지긋한 남성은 각각 여성의 배우자와 부모로 보입니다.

▲ 부천시 홍보영상

노랫가락은 매우 흥겹습니다. 네 사람은 엄지를 척 세우고 살고 싶은 부천시를 노래합니다. 살고 싶은 부천시는 어떤 것일까요? 궁금함이 솟아나려는 부분에서, 영상은 이들이 부르는 노래와 살짝 빗나가고 있습니다. 노랫말은 이렇습니다.

살기 좋은 부천시, 살고 싶은 부천시
행복해 여성이 참여하는 부천
함께해요 공동육아
안심하고 일 해도 돼
엄마 손 프로젝트 있으니까
일하고 싶을 땐 말만 해
일 찾아주는 프로그램
이제는 여성이 나서 가족 모두 행복한 부천
살기 좋은 부천시 살고 싶은 부천시

 일하고 싶을 때 말만 하면, 여성이 원하는 일을 찾아주는지 과연 그러한지, 노랫말을 묻고 따지는 것은 차치해둡니다. 그것은 희망과 지향을 담아내는 말이란 생각이 드니까요.
 인터넷에서 영상물을 찾아 다시보기를 하니, 3개월 전 7월 4일에 ‘부천시’가 ‘여성친화도시 부천’을 홍보하기 위하여 직접 게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qwuYhfhjkc). 그러니까 이것은 부천시가 생각하는 ‘여성을 위한 도시’의 개념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여성친화도시 부천’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여성친화도시가 뭔가요? 부천이 여성친화 도시 맞나요?
 제가 여성친화도시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였습니다. 당시 부천시 여성친화도시 조성협의체 위원이자 여성 정책을 연구하는 이선화 선생님에게 여성친화도시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등한 참여와 혜택의 분배를 보장하여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가 없는 지역’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평등을 일상으로 끌어오는 정치가 실현되는 지역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부천 외에도 70여 개의 여성친화도시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시 부천 말고도 평등을 일상으로 끌어오려는 정치적인 노력이 많다는 것인데, 지방 정부들이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봐야겠지요.

 ‘여성친화도시’의 가장 앞 글자, ‘여성’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시에서 게시한 영상물을 보면, 여성의 표상은 가족 세대의 연결 고리이자 가사의 전담가입니다. 물론 진노랑 셔츠를 입은 십대 가량의 어린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요. 영상물은 성인 여성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성인 여성이 원하는 것을 지역 공간이 도와준다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성인 여성이 원하는 도움이라는 것은,  성인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평등이라는 것은 고정된 관념을 과감하게 혁파할 수 있을 때 따라오는 결과가 아닐까요. 양육과 가사는 여성의 고유한 역할이라는 성차별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평등이 일상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습니다.

▲ 부천시 홍보영상

 여성학자 김홍미리 선생님이 공유 공간 옴팡과 함께 진행한 부천여성의전화의 교육 사업 ‘페미니스트 마을학교’에서 강조했던 것들 중에 하나는 돌봄의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이이다’라는 말처럼 ‘돌봄’이라는 것, 그 안의 가사와 양육과 같은 구체적인 것까지, 그것들에서도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여성을 가사의 전담일꾼으로 보는 시각, 그 전제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부천시의 여성친화도시 홍보 동영상은 유감입니다. 부천시는 그리고 우리 마을의 우리들은 여성 그 자체에 대한 질문부터 나눠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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