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하드웨어는 만들어줘도 운영 인프라는 안 만들어줘요. 흔히 나라에서 뭘 한다고 하면 몇 천억 투자해서 멋진 건물부터 지어요. 하지만 운영비는 말도 안 되는 수준에, 상근 직원도 부족한 형편입니다. 완공식 하고 테이프커팅 하면 끝났다고들 생각하죠. 사실 연구는 그때부터 시작이고, 눈에 보이는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 그런 건 본인들에게 빛이 별로 안 나는 일이다 보니 관심 밖인 겁니다.] - [궁극의 인문학]에서 인용 -

 

좀 길게 인용한 위 글은 지금의 부천시에서 건축하려고 강행하는 부천필하모니오케스트라 전용 콘서트홀(이하 ‘회관’이라함)과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드웨어인 건축물은 누구나 재정으로 가능하고 수월한 일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정작 왜 지어야하는지, 어디가 왜 적합한지, 운영에는 수지가 타당하고 가능한지, 규모와 그 수요는 충족할 수 있는지, 재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합리적인 비용 추계는 합당한지, 더구나 회관은 시민 공통의 재산이고 공용의 건물이고 오래도록 시민의 역사적인 향유물이기에 철저하고 신중해야함은 기본이다.

부천시는 재정의 악화가 오래도록 지속되면서 재정의 자립이 우선되어야 할 시정의 제일 목표다. 아직 시민 대다수가 회관 건립에 대해 상세히 모르고, 그 필요를 느끼는지도 궁금하다. 건립비가 1,000억을 넘는다는 사실도, 건립의 위치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동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멈추고 말 것은 아니고 그 단계적 대안이 중요하다. 문화와 예술을 시민이 제대로 향유하고 즐기기 위해 우선 시가 소유하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에는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과 밀접한 관련기관이 세 곳이나 있다. 부천문화재단(이하 ‘재단’), 부천문화원(이하 ‘문화원’) 그리고 한국예총부천지회(이하 ‘예총’)이다.

재단은 시민 생활 문화예술 기반 조성을 그 핵심 역량으로 삼고 있으며, 문화원은 시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 진행 및 지역 문화 창달을 위해 지원과 육성에 힘쓰고 있고, 예총은 부천시의 각 회원단체별 문화예술의 전문성을 확립하여, 부천 문화예술의 위상을 드높이고 나아가 국제간, 지역간 예술사업의 교류 및 전개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훌륭하고 체계적인 조직이 있음에도 시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용과 체감에 대한 향유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부천은 오랫동안 부천필하모니오케스트라로 명성이 높지만 시민들의 호응이나 관람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 이유를 냉정히 분석, 파악하고 3개 기관의 협치와 시스템을 구축하면 비약적인 문화예술 발전과 향유를 시민이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과일은 제대로 익어야만 그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이 주인이고 문화자치를 위한 제대로 된 문화정책은 문화시민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진정한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은 하드웨어의 외양이나 가시적인 것보다 소프트웨어의 시민적 문화와 예술의 내실이 보다 의미 있고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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