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자 어르신(77세)은 지금으로 부터 6개월 전쯤. 전단지 하나를 들고 부천시민의원에 무작정 찾아 왔다. 전단지에서 본 의사 성씨가 자기와 같은 ‘조씨’이고 인상이 좋아 보여서 찾아 왔다고 했다. 자기 아픈 것을 낫게 해줄 것 같다고 오셨는데, 그 시간은 ‘조씨’의 진료시간이 아니었다. 2층 로비에서 서글퍼 하고 계신 모습을 우연히 보고 왜 그러시냐고 물었던 것이 첫 만남이었다.

 

  
인연이 되려 했는지 마침 그 날은 3층 건강카페꿈땀에서 어르신들 건강강좌를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원미동청춘싸롱이라는 이름으로 20명 안팎의 어르신들이 오실 때였고 마침 ‘조씨’도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다. “어머니, 위에 3층에서 어르신들 프로그램 하는데 가보실래요? 거기 그 조규석 선생님이 건강 강좌를 해줘요.” 함박웃음을 짓고 기뻐하며 함께 갔다.
    조영자 어르신은 그 뒤로 6개월 동안 빠지지 않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혼자서는 심심했는데 매주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건강리더와 함께 하는 건강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셔서 ‘조씨’만이 아닌 다른 조합원과도 인연을 맺으셨다. 원미동에 사는 김은아 조합원이 어르신의 건강리더가 되어 한 달에 한두 번 찾아뵈며 건강 안부를 물었다.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고 나서 “조합원들이 참 좋고, 다 너무 좋다”면서 조합원으로 가입하셨다. 지난 해 어르신 건강 프로젝트에 참여한 90여 명의 어르신 중 조합에 가입하신 어르신으로는 유일하다. 80세가 넘는 분들 사이에서 70대면 젊은 축에 속하는 데다 조합원을 가입하셨으니 어르신들 사이에서 ‘신세대’다.
   
그리고, 2018년 12월 26일 조합원 송년회 날. 예상치 못한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다. 바로 조영자 어르신, 아니 조영자 조합원! 추운 겨울이고 저녁에 하는 행사라 오실 거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시간에 딱 맞추어 밝게 웃으며 행사장으로 들어오시다니! 손을 꼭 잡고 반갑게 맞이했다.
    2시간 여 동안의 긴 행사를 함께 하시고 9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가셨다. 돌아가는 길이 걱정되는데, “겨울이 춥지만 여기 올 때는 안 춥다.”고 웃으신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과 함께 모이니 너무 좋다고 함박웃음 지으신다. 그 젊은 사람들은 송년회에 함께 있었던 50대의 조합원들이다.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리고 80세, 90세, 100세가 되어서도 갈 곳이 있고 친구가 있고. 이웃이 함께 돌보는 공동체라면. 나이가 들어도 겁나지 않을 것 같다. 추워도 안 추운 그런 공동체. 우리가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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