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는 4,5학년은 통합반으로 두 학년이 섞여 두 반으로 나눠 일 년을 생활한다. 4학년은 처음 통합반을 경험하게 되고, 5학년은 지난 해 경험을 갖고 동생들과 한 해를 지내게 된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 속에서 통합반이 정해지는 과정을 써보았다.

- 시작
이제 막 4학년, 5학년이 된 아이들과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아직은 서먹서먹한 분위기다. 밥을 먹을 때도 우왕좌왕이다. 밥과 반찬을 준비할 때나 배식을 할 때 반별로 아이들마다 역할이 있던 터라 4,5학년이 다 같이 모여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다들 우왕좌왕이었나 보다. 한 명 한 명 다시 역할을 정하는데도 20분이 넘게 걸렸다. 늘 처음은 낯설고 정신이 없다.

▲ 통합반 경험하기

- 통합반에 궁금한 것아이들에게 '통합반에 궁금한 것'을 적어보라고 했다. 아이들의 질문들을 함께 보고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질문을 받아보니, 통합반을 왜 하는지, 왜 4,5학년인지, 반은 언제 정해지는지, 어떻게 정해지는지 등 통합반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통합반엔 어떤 수업이 있는지, 학년끼리 하는 수업이 있는지 등 수업에 대한 질문들도 있었다. 기린은 탈모인지, 노을은 키가 몇인지 등 교사들에 대한 질문도 꽤나 있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질문은 “노을과 기린의 몸무게는?”이었다. 아이들의 질문을 읽어보니, 고민도 되고, 걱정도 되고, 복잡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 만나 이야기 나누는 면담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 선택제와 추첨제5학년은 경험이 있어서 잘 알겠지만, 4학년은 처음이니까 선택제(수업과 생활을 경험하고 반을 선택하는 것)가 무엇이고 추첨제(뽑기)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 해주었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이번 통합반 반구성을 선택제로 할 것인지 추첨제로 할 것인지 정했다. 결과는 만장일치로 선택제가 됐다. 몇몇 5학년 아이들 중에는 추첨제도 경험해보고 싶은 눈치였는데,“그냥 하지 뭐”하며 선택제를 선택했다. 어쨌든 선택제로 반구성을 하기로 했으니, 앞으로 반 체험도 해볼 거고, 1차 선택, 2차 선택도 할 테고, 최종결정도 할 계획이다.

▲ 서로 친해지는 시간

- 주제학습
아이들에게 목공반과 재활용반이 할 주제학습에 대해 설명해주었다.목공반은 먼저 학교에 있는 목공재료와 도구들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학교에 있는 나무는 어떤 나무인지, 학교 주변에 목공으로 쓸 수 있는 나무는 어떤 것인지 등 재료에 대해서 알아볼 계획이다. 또 목공 도구들은 어떤 도구들이 있는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가진 것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등등 목공 도구에 대해서도 알아볼 계획이다. 학교에 있는 도구들을 다 쓸 줄 알고, 관리할 줄 아는 게 이번 목공반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나서 그렇게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2학기엔 목공으로 '내 의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할 계획이다. 재활용 수업은 우리 학교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에 대해서 좀 조사해보 알아갈 계획이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 그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그리고 그 쓰레기 중에 재활용 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악기를 만들고 노래도 만들어 밖으로 나가 곳곳에서 버스킹을 할 계획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신나게 만들고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

▲ 동그랗게 모여 통합반 이야기 나누기

- 최종결정
일주일동안 반 체험을 끝으로 4,5학년은 다시 강당에 모여 앉았다. 4,5학년이 함께 지낸지 2주가 지나니 이젠 질서 있게 자기 역할을 한다. 전엔 모두가 모여 앉을 동그라미를 만드는데도 “동그라미가 찌그러졌어~”“00가 앉을 자리가 없어~”“너가 좀만 더 뒤로 가~ “이런 이야기들로 10분~15분이 흘렀는데 지금은“통합반 모이자~”하면 바로 동그랗게 둘러앉는다. 이렇게 우리가 함께 지내며 질서를 만들어 간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인 것 같다. 통합반 최종결정이 있는 날, 반구성은 확정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선택한 것을 보며 이야기 나눌 때 아이들 사이에서 나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중 4,5학년 여자 아이들이 한명 빼고 다 목공반으로 몰린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자기가 갈 반을 스스로 정하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긴 하나 새로운 학년, 새로운 사람, 새로운 관계을 만나는 것, 그 안에서 부딪치며 차이를 알아가고 맞춰가는 게 통합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과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명 한 명 만나 이야기하기도 하고, 여자아이들과 같이 만나 다시 이야기 나누고, 해결책을 모으고 함께 상의했다. 그 과정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불편한 것들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점점 더 용감하게, 점점 더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최종선택 후 다시 이틀이 지나고 드디어 목공반과 재활용반이 정해졌다. 한 학기 휴학을 한 정우도 선택을 하고 떠났다. 과연 정우는 어느 반을 선택했을까? 그건 정우가 돌아오기 전까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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