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사람들이야기 #9>

감자, 당귀, 옥수수, 토마토. 곡물이 아니라 텃밭모임 사람들의 닉네임이다. 여기에 팬더곰과 수선화까지 더하여 총 여섯명. 원미동 상가 건물 옥상 한켠에서 텃밭가꿈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름하여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건강텃밭’소모임.

 

 
처음 텃밭을 시작한 것은 3년 전. 한 번도 농사를 지어 본 적 없는 감자소녀(김미용), 당귀(신은이), 팬더곰(정점숙)이 뭉쳤다. 부천시에서 도시텃밭 지원하는 사업을 계기로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나는 옥상텃밭이 있는 그 건물에 매일 출근하면서도 귀차니즘으로 옥상 한 번 올라간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간 곳에 초록색 방울토마토가 한 가득 열린 것을 보고 놀랐다. 동그란 호박도 군데 군데 달렸다. 더 놀라운 것은 생물을 키우겠다고 3층에서 5층 위 옥상까지 물을 길어 나르던 텃밭모임 구성원들의 ‘힘’이다.

   “3명이 힘을 합치면 30명 분의 힘이 생겨요!” 텃밭지기 감자소녀님이 씩씩하게 말한다. 나로 말하자면 바로 옆 화분에 자라는 식물에게 물 주는 것도 잊고 매번 말라 죽이는 사람이다. 텃밭이랑 좀 떨어진 곳에 살면서 일부러 방문하여 생물을 키우려고 이어가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해요”. 텃밭 모임 전에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감자소녀, 당귀, 팬더곰이 함께 하나의 자식을 같이 키운다는 심정으로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은다. 너나 할 것 없이 시간이 생기는 사람이 들러서 사랑을 주고 가면, 다른 시간 되는 사람이 또 와서 생물의 생명을 잇기 위해 물을 준다.

   건강텃밭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중동 도심 한복판 9층짜리 건물 위였다. 원미동하고 비교해 보면 옥상 정원이 있었던 그때가 농사짓기는 환경이 더 좋았다. 대신 주변과는 고립되어 있다. 원미동은 좀 다르다. 환경이 그때보다는 못하지만, 사람이 보인다. 올해는 도라지, 당귀, 금화규 등의 약초를 키워 이웃 원미동 어르신들과 차 한주전자를 끓여서 같이 나누어 마실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됐다.

 

   텃밭 환경이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여 한 줌 정도의 생물을 얻지만, 수확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된장뚝배기 같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매일 반복적으로 물을 주고 사랑을 듬뿍 주는 그 과정 안에 건강이 담겨 있다. 푸르른 이파리에 늘 생기가 있고, 가지가 뻗어 나가면서 나의 인연도 하나씩 늘어가는 정겨움이 담겨 있다. 열매를 맺으면 조합원들과 밥상 나눔을 하고, 약초술을 담궈서 사람들과 나누어 마실 계획을 세웠다.

  진실한 마음으로 셋이서 힘을 모으니 생명이 자란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이 생겼고, 함께 하고자 하는 회원도 늘었다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는 텃밭지기 감자소녀. 오늘은 귀차니즘을 거두고, 건강텃밭 지기님들이 키운 푸른 이파리 희망 가득한 생명을 만나러 올라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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