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원미동에 사는 이유, 박점용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더라도, 따뜻한 중심이 있으면 살만한 곳이 된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어떻게 만나지?” 고민하고 있을 때, 원미동 어딘가에 마을의 따뜻한 중심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분을 만나면 이 동네의 가장 아픈 부위가 어디인지, 따뜻한 곳이 어디인지 금방 알아낼 수 있다. 바로, 원미동 주민 40년차 박점용님.

 

   박점용님은 40년 전 우연한 기회에 원미동에 이사 오게 되었다. 원미동에 조금만 살다가 서울로 이사를 갈 생각이었지만 동네 반장을 하게된 것을 계기로 관계를 이어가다 보니 원미동 토박이가 되었다. 반장2년, 통장18년, 부녀회장3년, 복지위원장 4년, 현 원미2동 선관위원장까지, 동네 일꾼으로 살아온 기간이 길다.

   이런 긴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주저 없이 ‘사람이 좋다’라고 말한다. 특별한 사업, 사건,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고 만나다 보니 40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 동네에 사는 할머니들과 먹을 것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다 깊은 정이 들었다. 이제는 원미동 아닌 곳에 산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어 있었다.

   30년 동안 부동산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사람들 속의 궂은 사연을 알게 되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도 많다. 일자리를 잃은 청년이 돈이 없어서 살던 월세 집을 처분해야 한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 주변에 넉넉한 살림을 가진 이웃을 찾아 연결해 준다. 그 청년이 다시 자립하여 월세값을 마련해 오니 얼마나 기쁜지. 미소를 가득 품으신다.

   박점용님이 원미동에 산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일을 뜻한다. “좋은 말도 다 못하고 죽을 판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누군가를 험담하는 일은 보기가 좋지 않다. 갈등을 겪더라도 속에 품지 않고 풀어낸다. 품지 않고 풀어야 오래가고 부드러워진다. 사람 사이에 따뜻한 온기는 솔직하고 진솔한 관계, 서로를 품어내자고 하는 따뜻한 마음인가보다.

   오랫동안 동네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꼭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고 한다. 경로당에 가기에는 기가 죽어서 특별히 갈 곳이 없고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꿈. 동네 어딘가 집 한 채를 얻어 힘없는 노인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이다. 자기 방이 따로 있으면서, 평상시에는 함께 모여 같이 놀기도 하고 밥도 먹으며, 매일 살아 있음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집.

   물론, 누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돈 있는 누군가가 턱 하고 인심 쓰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사적으로 소유했을 때 벌어지는 폐해를 보았기에,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같이 해결해야 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공공의 시스템으로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그런 복지. “저도 비슷한 꿈을 꾸고 있어요!” 손을 꼭 잡아본다. 우리 마을의 따뜻한 중심이 꾸고 있는 꿈이 든든하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