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小滿)은 24절기 가운데 여덟째 절기로 '만(滿)' 자에는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자라 가득 찬다는 뜻이 있다. 이즈음에는 신록의 계절임에도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새로운 죽순으로 인한 영양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여 이 시기의 누런 대나무를 일러 죽추(竹秋)라고 하고, 먹거리의 부족으로 '보릿고개'라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무렵의 전래 풍속으로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는데 《동국세시기》에는 "계집애들과 어린애들이 봉숭아꽃을 백반과 섞어 짓찧어서 손톱에 물을 들인다"는 기록과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다. 붉은색은 사악함을 물리친다는 데서 유래하고,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즈음 지역의 이슈는 부천 오정동, 대장동, 원종동 일대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어 개발된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한다. 이웃한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 박촌동, 귤현동 등도 부천과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구랍 19일 3기 신도시로 지정 발표되어 찬반의 논란이 뜨겁다. 두 지역의 면적이 무려 205만평 대규모의 그린벨트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절제한 팽창을 막고 도시민의 건강에 필요한 주변 녹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도시과밀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71년에 도시계획법을 제정하여 시행해 오고 있으며, 녹지대(綠地帶) 또는 개발제한구역이라고도 한다. 이번 인천 계양지구와 부천의 신도시 발표지역의 90% 이상이 GB환경평가 등급(보존 중요도에 따라 5등급으로 구분)가운데 1,2등급을 차지한다.

개발제한구역은 지정된 지역 형편의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몇 가지 중요한 목적이 있다. 첫째로 도시로의 인구집중을 억제하여 도시팽창을 막고, 둘째로 녹지대의 형성, 자연풍치의 환경조성 및 보호, 상수도 수원보호,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확보, 비옥한 농경지의 영구보전 등을 통해 자연환경을 보전하며, 셋째로 대도시 공해문제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함은 물론, 위성도시의 무질서한 개발과 중심도시와 연계화 되는 것 등을 방지한다는데 그 큰 의미를 지닌다.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미세 먼지를 인위적으로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정하고, 수십 년간을 농민은 농업을 천직(天職, 賤職)으로 비옥한 농지를 개발하고 농산물 개량을 위한 노력은 순수한 자연보호 그 자체였다.

국토부가 강제수용이라는 이름하에 서울 주택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초법적으로 자연녹지를 훼손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시간이 그 답을 알려줄 것이다. 강제 수용은 농업이 직업인 농민은 일자리를 한순간에 잃는다. 장밋빛 계획과 보상은 순간이고 불합리한 조건이 무수한 것이 현실이다.

농토는 농민의 몸이고, 농사는 농민의 영혼이다. 하여 농토의 상실은 영혼의 사라짐이고 뿌리의 망가짐이다. 소만을 앞두고 오랜만에 내리는 봄비가 유난히 불편한 건 수백 년을 이어온 농민의 후예로서 기억의 사라짐에 대한 견디기 어려운 영원한 아픔이다. 첫사랑은 결코 만날 수 없는 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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