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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살 이유가 있다.
유진생 조합원  |  ig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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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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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이 된다면 어디서 살고 싶어?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해본다.
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이 '강남에 살아야지'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이 걸 무조건 나무랄 근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내 눈에도 강남3구는 살기에 좋은 곳이니까.

어떻게든 그냥 살고 있기만 하면 아파트 값이 올라서 재형가성비가 크기도 하고, 재개발에 걸리는 경우에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크니 말이다. 그리고 그 밖의 곳에 비하여 학교마다 학습분위기가 좋아서 좋은 대학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도 한다. 생활기반시설도 엄청 촘촘하고 매끈하여 윤기마저 돈다. 거의 모든 정치인과 고위관료와 부자들이 이곳에 집을 가지고 있어 이웃들의 수준이 높으니 덩달아 자존감도 높아지리라.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내가 나의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은 순전히 사적 결정의 대상일까?

엇그제 결혼식에 갔다가 목포에 있는 한 대학에서 교수를 한다는 후배를 만났다. 내 깜냥만 생각하고는 목포에 사느냐고 물어봤다. 즉각 돌아온 대답은 '아니다'였다. 내가 철없이 바보같은 질문을 했구나 싶었다. 말은 안 했지만, 아이를 키우고 재형도 하면서 좋은 동네서 사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고속철도도 얼마나 좋은데....

직장과 주거가 일치할 수 없는 이유가 어디 한두 가지랴. 그런가하면 직주가 일치하지 않아도 될 만한 여건들은 발전이란 이름으로 계속 개선되고 충족되어 간다. 비행장이나 고속철도 등의 이동인프라 투자가 남발되면서, 이들이 GDP를 올려 주니 좌우 불문하고 정권안보에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이동수단들이 내뿜는 탄소는 외부화되어 내팽개쳐지고, 오직 편리라는 이름으로 칭송되고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탄소배출에 집단책임을 느껴 기차여행만을 선택한다는데. 이 나라 지방의 인구는 매일마다 중심부에 흡수되고 있지만, 땅은 파헤쳐지고 아파트는 계속 지어진다. 평범한 한 가정이 어쩔 수 없이 두 집을 점유하기 일쑤다. 이는 결국 주말부부나 주말가정이라는 변종문화를 낳은 지 오래다.

이러고서야 공공기관들의 지방이전이 과연 수도권집중화를 막을 수 있을까? 나아가 지방피폐화 억제에 도움이 될까? 지방에서 일하고 그 곳에서 임금을 받는다지만 그 돈은 지방에 돌려지지 않는다. 거의 모든 서비스생산공급자는 서울에 살고 있고, 노동의 소비지출은 서울 거주 공급자들의 지갑으로 모아진다. 아이들은 아빠엄마직장의 지방이전으로 인하여 사실상 결손가정 어린이가 된다. 좋은 대학 가기와 좋은 직장 잡기에 목표를 둔 위험한 교육이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정책을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정치적 생색내기를 넘어 진정성을 가지고 지방화에 기여하려면,  우선 아빠엄마의 가치관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전되어야 하리라는 말이다.

직장이 가까운 그 지역에서 집을 정하고, 가족이 함께 둥지를 틀고, 잠시나마 중앙의 더러움을 피해, 이동범위를 최소화하면서, 덜 번잡하게, 지역의 덜 오염된 정서를 감사한 맘으로 경험하면서, 느긋하게, 상추도 가꾸면서  소박한 삶을 추스려 보는 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은 이미 사적인 '좋은 삶'을 훨씬 넘어 공적인 행위자가 되는 것이리라. 사회적 의무감을 조금이나마 짊어지고 살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촛불민심에 다른 하나로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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