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는 막막했습니다. 돈이 떨어지고 분유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미혼모는 마지막 남은 1만원을 가지고 동네 모퉁이에 있는 구멍가게로 분유를 사러갔습니다. 미혼모가 분유 한통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면서 얼마냐고 묻자 가게 주인은 2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돈으로는 분유를 살 수 없었던 미혼모는 고개를 숙였고 미혼모 품에 안긴 아기는 배가 고픈지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아가, 울지 마! 아기가 배가 고픈가 봐요?"
 "……."

미혼모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가게 주인은 미혼모의 표정에서 딱한 사정을 읽었습니다. 가게 주인 또한 어려운 형편 속에서 두 아이를 키운 억척 엄마였기에 눈치 챈 것입니다. 가게 주인은 계산대에 놓인 분유통을 슬그머니 떨어뜨렸습니다. 미혼모는 당황했습니다. 자신이 잘못해서 분유통이 떨어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가난하면 매사가 죄인 같습니다. 가게 주인이 바닥에 떨어진 분유통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찌그러진 분유를 다른 손님에게 팔수도 없고 이를 어쩌지… 아기 엄마, 이 분유를 반값에 사가세요!"

얼굴 표정이 펴진 미혼모는 가게 주인에게 1만원을 얼른 건넸습니다. 가게 주인은 찌그러진 분유통을 비닐봉지에 담아 미혼모에게 건넸습니다. 분유를 받아 든 미혼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미혼모는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가게 문을 나섰습니다. 배가 고파 울던 아기는 지쳐서인지, 분유를 구해서인지 울음을 그쳤습니다. 미혼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가게 주인은 봄볕처럼 웃음 지었습니다.

예화입니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래서 글의 일부를 상황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무엇보다 가게 주인과 미혼모의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 궁금했습니다. 실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실 여부에 대해 팩트 체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분유통을 슬그머니 떨어뜨린 가게 주인처럼 따뜻한 이웃들이 제 주변에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분유와 기저귀를 가지고 20대 미혼모 집을 방문했습니다. 미혼모는 가난한 동네의 월세방에 살고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살림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남루한 부엌 구석진 곳엔 반 포대 정도의 쌀이 남아 있었고, 휴대용 버너 옆에는 참기름과 간장 등의 양념이 있었고, 소형 냉장고 위에는 소독한 젖병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미혼모의 얼굴은 풀이 죽어 있었고 살림은 궁색했습니다.

앳된 미혼모는 돈이 부족해 분유를 못 산 미혼모처럼 고개를 숙인 채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집세는 밀리고, 쌀은 거의 떨어져 가고, 분유와 기저귀도 없고, 도와줄 부모형제도 없다고 했습니다. 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런데, 미혼모 곁엔 천사가 포근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기 손을 만지면서 가슴이 설렜습니다. 천사의 얼굴로 잠든 아기를 바라보면서 행복했습니다.

하나님, 당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천사 같은 아기의 눈동자와 앙증맞은 손과 발을 보면서 하늘의 선물임을 알겠습니다. 값비싼 보석인들 아기만큼 소중할까요.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신 뜻을 알겠습니다. 사랑받아 마땅한 아기입니다. 그 누가 사랑을 준들 엄마가 주는 사랑만 할까요. 땅과 하늘이 갈라지면 안 되듯이 미혼모의 아기와 엄마도 헤어지지 말아야합니다. 엄마와 아기가 헤어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는 우주입니다. 엄마가 아기 손을 놓으면 아기는 우주의 미아가 됩니다. 미아가 되면 아기는 이 세상을 제대로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미혼모도, 그가 어리고 못 배우고, 가난한 미혼모라고 할지라도 산고를 겪으며 낳은 자신의 생명을 미아가 되라고 버리는 미혼모는 없습니다. 그런데, 돈은 떨어지고, 분유와 기저귀를 살 수 없고, 아기는 아프고, 도움 청할 곳이 없으면 피눈물 나는 막막함 때문에 손을 놓습니다. 그렇게 헤어지면 엄마와 아기는 불행해집니다.

미혼모를 만나고 돌아와서 얼마 동안 힘들었습니다. 미혼모의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힘겨움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미혼모와 아기가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여러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미혼모의 어려운 사정 전부를 이야기하면 돌아설까봐 가게 주인처럼 일부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슬그머니 흘렸습니다. 그랬더니 아우라고 부르는 분이 카톡으로 이런 글을 보냈습니다. 분유통을 찌그러뜨린 가게 주인처럼 따뜻한 교우입니다.

"호진이 성님!
페북 속 미혼모 글 읽었습니다.
마음에 감동으로 후원금 보냅니다.
지난달에 디자인 알바해서 번 돈 보냅니다."

아, 제 곁엔 분유통을 찌그러뜨린 가게 주인 같은 따뜻한 이웃이 많습니다. 후원금을 보내준 분의 아내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살림에 보탤 정도로 가계의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데도 후원금을 종종 보냅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이웃들 때문에 막막한 일들을 헤쳐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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