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신문협동조합은 조합원 300명이 훌쩍 넘는 큰 협동조합으로 대의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의 추천으로 선출된 대의원은 총회 등에서 조합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콩나물, 콩나물을 만나다’ 이번 호 주인공은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의 제2기 대의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의섭 조합원이다.

 김의섭 조합원은 현재 송내북부역 인근에서 큰길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중이다. 그리고 부천에서 가장 잘나가는 독서모임인 ‘부천독서지향’을 운영하기도 한다. “1Book 1Message 1Action”은 부천독서지향의 슬로건이다. 회원들은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아침 7시 15분에 담쟁이문화원에서 정해진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벌써 42회차를 진행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부천독서지향 운영자인 그의 책에 대한 이야기와 대의원 의장인 그의 협동조합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의 직업에 대한 생각과 대장신도시 개발과 관련된 도시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다.

 

부천독서지향은 내가 콩나물신문의 조합원이 된 이유 중 하나다.
 제가 부천에서 50년 가까이 살았지만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직장생활 하고 공인중개사 교육 등을 대부분 서울에서 하다 보니 부천에 연이 별로 없었어요. 서울에서 ‘양재나비’라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부천에도 독서모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콩나물신문을 바탕으로 했으면 좋겠다 싶어 조합원이 되었죠. 그래도 콩나물신문 조합원들은 사회변혁에 대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많잖아요. 실제로 지금 부천독서지향 모임에 콩나물신문 조합원이 꽤 있어요.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어느 노스님의 말에 따르면 깨달음이란 건 어느 한순간 와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과정이라고 해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해요. 저자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얼마쯤 지나다보면 어느 순간 머무르게 돼요. 그러다 다시 책에 빠지고, 책으로 안될 땐 운동을 해보니 그런 비슷한 느낌을 또 받아요. 그러다보니 세상의 진리는 어디나 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 아닌가 해요. 책에도 운동에도 일에도 그런 느낌이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경험 해보고 싶은 거죠. 복잡한 생각을 벗어나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책을 읽을까?
술술 읽히는 책도 좋지만 불편한 책을 읽어보라고 해요. 불편한 책이란 잘 읽혀지지 않고 이해도 잘 안가는 책을 말하죠. 책을 읽는 건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지혜를 얻는 것이죠.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인데 불편하지 않으면 사고의 폭을 넓힐 수가 없어요. 스스로 책을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보게 돼요. 그런데 독서모임에서 책을 지정해주면 보기 싫어도 봐야 하잖아요. 저도 양재나비 등에서 수혈을 받으며 편견 없는 폭넓은 생각을 배우고 있어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나?
 독서모임에서는 책을 읽을 때 비판하지 말라고 합니다. 비판한다는 것은 내가 저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바라본다는 것인데 그러면 배울게 없다는 거예요. 배울 것 만 얻으란 거죠. 아니다 싶은 내용도 아직 내가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는 것이고 잘못 이해할 수도 있으니 덮어두란 것이죠.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비판을 하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죠. 이 책 누가 선정한 거야?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부정적인 에너지가 흐르게 됩니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흐르면 모임도 즐거워지고 모임에 나가는 것이 생각만해도 가슴설레게 되지요. 반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흐르면 날카로워지면서 모임도 가기 싫어지죠.

독서모임도 하나의 시민운동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은 계속 바뀌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과거의 생각에 매몰되어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태극기부대죠. 전쟁의 참상에서 어려웠던 시절 조국을 근대화시켰는데 왜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느냐고 주장하시죠. 마찬가지로 586 세대로 통칭되는 사람들 또한 엄혹한 군부독재를 이기고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고 자부심을 갖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인정을 하지 않거든요. 세대간의 단절이죠.

서구는 몇백년에 걸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다보니 아버지 세대나 할아버지 세대와도 큰 사고의 단절은 없죠. 반면 우리는 짧은 기간동안 급속한 사회변화를 겪다보니 의식도 급속하게 변하며 세대 간 사고의 단절이 심해졌죠. 그에 따른 갈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헤요. 그리고 시스템이나 복지가 북유럽처럼 되어야 민주국가가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해요.

부지런한 독서지향 회원들의  토론 모습

협동조합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데 있어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바꿀 것인가 라는 문제가 있어요.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면 사람을 바꿔야 하죠. 시스템이 100% 완벽하게 작동하는 사회는 없거든요. 저본주의 모순이나 틈을 메꿔줄 수 있는 게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기업이라 생각해요.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하면서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협동조합도 경제활동을 하는 하나의 기업이라는 점에서 강대성 전 SK행복나래 대표이사가 했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요.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기업이 선한 의지만 있고 뭔가를 하려는 효과성이 없다고 했어요. 기업활동에 필요한 원가개념도 없고 마케팅도 없다는 말이죠. 본인들이 선한 의지를 가지면 따라야 한다는 도덕적 우월주의만 있는듯해요.

협동조합은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면서 주인이 없는 거잖아요. 콩나물신문은 소비자협동조합 등과 다르게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모였잖아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활동이기 때문에 크게 눈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칫 조합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인중개사는 살아있는 직업이다.

 직장생활의 끝이 보일 때 쯤 새로운 진로를 생각했어요. 가장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도전을 하기는 힘들고 평소부터 관심이 있던 부동산을 준비해서 시작했어요. 일을 하고 보니 다른 자영업이나 전문직보다 자유롭고 확장가능성이 넓다는 장점이 있어요. 물론 사람마다 편차도 많고 정부의 정책 등 외부 상황에 따른 변수도 있지만, 내가 어떻게 뛰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직업에 비해 살아있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부동산은 사람이 사는데 필수적인 의식주 가운데 하나로 금액도 가장 클 뿐 아니라 월세든 매매든 부동산 거래를 반드시 해야 하잖아요. 저는 그런 분들이 거래에 만족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한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으로 일을 해요.

도시의 자족기능은 삶의 질과 연결된다.
현업 공인중개사라는 입장을 떠나 부천 시민의 관점으로 대장신도시를 생각해 봤어요. 도시라는 게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가? 일자리가 없으면 그냥 베드타운일 뿐이죠. 베드타운인 도시는 성공적일 수 없습니다. 보통 수도권에서 출퇴근 시간이 40분 정도면 괜찮은 출퇴근 거리라고 하는데. 한 시간을 훌쩍 넘겨서 출퇴근 하는 사람도 많아요. 출퇴근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람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죠. 그런데 지방으로 가면 출근시간이 30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해요. 제주시에 사는 사람은 1시간 거리인 서귀포를 1년에 한 번도 안 간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수도권은 거의 메갈로폴리스로 되어 가는데 자족기능이 없는 도시가 과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그래서 도시의 자족기능이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대장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개발되어 부천이 자생력을 갖춘 도시로 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저는 찬성합니다.

부천에 기업들이 별로 없다는 것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도시기반시설이든 복지사업이든 모든 사업에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도나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며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점도 시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죠.

1기 신도시는 외벌이에 다자녀 중심의 가족구조를 전제로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아빠만 죽어라 일하면 엄마와 아이들은 그 도시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가정한 거죠. 그런데 지금 세대는 맞벌이에 외자녀 또는 1,2인 가구가 대부분이죠. 따라서 직장과 집의 거리가 멀수록 삶의 질이 떨어지죠. 그래서 직주접근이 도시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합니다.

에필로그
김의섭 조합원은 빈틈없이 열심히 산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인터뷰 중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했다. “내가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대충 산다고 봐요. 똑같은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내면 좋은 느낌,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거든요.”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