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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어느 사회복지사의 일기
콩나물신문 조합원  |  kong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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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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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보드라운 볼을 만져드리거나, 힘이 없어 바느질도 못 하시겠다는 오른쪽 팔을 주물러 드리는 것 밖에는.

"어르신 까망 머리 나오시네"

이전 달만 해도 바느질을 하고 계셨어요. 하얀 나이론 망사천을 접어 반짓고리를 꿰매고 계셨는데 땀수가 얼마나 꼼꼼하던지.

   
 

"선상님, 이거 하나 드릴까"

밋밋한 망사천을 네모지게 꿰매서 그 안에 솜을 차곡차곡 채워 넣으셨다.
"이젠 솜이 없어 꼬맬 수가 없어요. 더 꿰맬 게 없어"

그래서 이 달엔 어떻게든 솜을 좀 마련해서 방문하려고 했는데...이젠 바느질을 잘 안하신다고 해요.

"약을 드셔야해요. 왜 약을 안 드세요?"

100수를 앞두고 있는 노모에겐  젊을 때 마음에 병이 생긴 일흔이 되가는 아들이 있어요. 정신과 약을 안 먹으면 이상행동을 해서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어머니조차 케어 할 수 없게 만드는 '제일 걱정되는 아들'.

"목구멍으로 약이 안 넘어가요. 더 이상 약을 먹을 수가 없어요. 이제 다 나았어요."

머리까지 빡빡 깍은 칠십 아들이 부러진 누런 이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내게 말해요. "아들이 아프지 않는 게 소원이유. 아들이 안 아프구 건강해지는 게 소원이유."

굳이 어르신 소원이 머냐고 묻는 거부터 심술이었지...한 손으론 기운이 없으시다는 팔목을 주무르고 한 손으론 볼을 만져드렸어요. 손끝에 걸린 어르신의 볼은 생각보다 보드러워요. 어르신은 아기처럼 볼을 맡기고 자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셔요.
"우리 딸네 마늘밭은 넓어요. 거기 가면 할 일이 많아.......“
“왜정때는 일본사람들이 자꾸 새끼를 꼬라 하데. 가늘게 꼬아야해. 안 그러면 혼났거든...."

   
 

난 시간을 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어느정도의 약속된 시간이 있거든요. 어르신은 머리를 쓰다듬어 대는 '복지사선상님'이 싫지는 않은가 봐요.
"벌써 가 실 시간이유"
주무름을 받던 팔과 얼굴이 서운해졌을까.

다음 달에, 다음 달에 또 올께요. 어르신.

그녀에겐 그녀가 나은 자식들이 있고,  다른 어르신들에게서 보여지는 우울증도 없는데, 내 가슴이 답답한 이유는 뭘까.

따뜻하다. 아직 남아있는 그녀의 온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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