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다. 일방적인 폭행도 있지만 심각성의 기준을 판별하기 어려운 언어폭력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의 잔인하고 날 선 언어폭력도 '아이들 장난'이라는 말로 덮여 그 심각성을 대다수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단순한 신체적 폭력으로 받는 상처보더 그 상황에 대한 수치심과 상대방의 말로 인한 상처가 더 크다.

 

 
의미 없는 학교 교육
나는 이런 일에 있어서 학교라는 사회가 너무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언어폭력을 없애겠다고 여러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언어폭력에 대한 예방 교육과 바른말 포스터 등등 말이다. 그러나  그 방법들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게 중요하다. 매번 다른 선생님이지만 매번 같은 내용을 몇 시간이고 반복한다. 아이들이 모르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실제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도움도 안 되는 정보들만 더 안겨주고 가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학교는 그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만 한다. 뭔가 방법을 바꾸기도 귀찮고 왠지 돈도 많이 들 것 같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 학교폭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이 또한 종이 낭비다. 바로 '지속적으로' 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상처와 관계없이 그 아이의 괴롭힘이 지속적이지 않았다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가해자의 행동이 지속적이었음을 뒷받침해줄 증거 또한 있어야 한다. 난 매일 학교에서 불쾌한 상황들을 마주 하지만 지속적이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설문조사에서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한 번은 우리 반에서 누가 봐도 명백한 학교폭력이 있었다. 난 담임에게 말했지만 우리 담임은 무능력했고 학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잘만 흘러갔다. 온라인 설문조사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그 아이에게 물었다. 내가 너를 도울 수 있는데 나의 도움이 필요하냐고 말이다. 내가 별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 아이는 행복한 표정으로 울음을 터트렸다. 왜 아무도 그 아이에게 간단한 말조차 건네지 않았을까. 그 아이는 내게 웃으며 심리치료랑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다며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가식적인 설문조사를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그 실문조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

 그다음 해에는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난 또 신고를 하였고 그럼에도 그 아이는 그 학년을 벗어날 때까지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무시당하며 지냈다. 이 일로 인해 나의 학교에 대한 믿음은 또 한 번 무참히 깨져버렸다. 가해자의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또한 그 심각성에 대해서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자기 자식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자식 또한 소중하다는 걸 왜 모를까.

알지 못하는 부모의 언어폭력
그리고 씁쓸한 사실 하나는 바로 욕이나 패드립 등 평소 언어습관이 좋지 못한 아이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언어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평소 부모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 또한 볼 수 있다. 사실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언어폭력은 별다른 게 아니다.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들이다. "왜 이것밖에 못하니?", "도대체 누굴 닮아 이 모양이야!", "00이네 00는 또 성적이 올라갔는데", "너는 이래가지고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엄마, 아빠 말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졸업하고 의사나 검사 되서 돈 잘 벌고 살면 좀 좋아?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잖아!"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말들이지만 내 또래 아이들에겐 그리 놀라운 말들이 아니다. 쪽지 시험 성적이 조금만 내려가도 집에  가길 꺼려하는 애들이 수두룩하니 말이다.

 그래도 부모들은 자신이 언어폭력을, 가정폭력을 하고 있단 사실을 모른다. 나는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자신의 말이 아이를 위한 것인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함은 아닌지 말이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절대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의 말대로 해서 성적이 조금 더 좋아질 수도, 대학을 좀 더 잘 갈 수도, 돈을 좀 더 잘 벌 수도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행복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통해 좀 더 많을 것들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떤 말로도 가해자들의 폭력을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 또한 가해자는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주기 전까진 용서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설령 평생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 아이는 평생 자신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 아이의 눈물까지도 말이다.
 나는 가정폭력을 당하며 가해자가 된 아이가 똑같은 부모가 돼서 아이들에게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히는 사회에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나도 그런 사회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해맑은 아이들이 모두 그런 모순적인 어른으로 자란다면 사회가 얼마나 불행해지겠는가.
 내가 어른이 되고 내 또래 아이들이 하나 둘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서로 감싸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