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일요일 오전 8시, 십여 명의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이 부천종합운동장에 모였다. 조합원들 주변에는 마라톤 복을 갖춰 입고 단련된 근육을 가진 사람들이 트랙을 달리고 있다. 그에 반해 이 날 함께 모인 사람들은 집에서 가장 편한 옷을 대충 걸쳐 입은 사람부터 그동안 사 두고 입지 못했던 새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까지 다양하게 모였다. 바로, 내 생에 처음으로 마라톤을 도전하는 사오십대의 사람들이다.

 

   모임 이름에 끌려 마법처럼 종합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걷기부터 새롭게 배워야 했다. 등을 굽히고 삐딱하게 걷는 사람, 조금만 세게 걸어도 숨이 찬 사람들. 마라톤을 한다고 하니 숨이 꼴딱 넘어갈 것 같았지만, “걷듯이 뛰다보면” 어느새 10키로는 거뜬하게 성공할 수 있다는 선배 마라토너의 말에 홀딱 넘어갔다.

   선배 마라토너 조합원은 구성원 중 가장 젊은 삼십대로 군대에서의 쓸쓸함을 달리기로 극복한 사람이다. 군대 제대 이후에도 마라톤 연습을 꾸준히 반복하며 일년에 몇 번씩 마라톤대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마라톤 애호가가 되었다. 선배 마라토너는 한 번도 뛰어 본적 없던 사람의 심정으로 어정쩡한 사오십대 도전자들을 이끌었다.

   마치 걸음마를 하듯 선배 마라토너가 가르쳐주는 대로 200미터 걷고 200미터 걷듯이 뛰기를 반복하며 5키로를 완주했다. 칙칙폭폭 호흡을 가다듬으며 걷고 다시 걷듯이 뛰고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때 부터인가는 200미터 걷고 400미터 걷듯이 뛰기를 도전하게 됐다. 이렇게 한주에 한 번 회를 거듭할수록 호흡이 익숙해지고 몸이 익숙해지면서 걷지 않고 뛰는 것만으로 완주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났다.
 
   그리고 3개월 여의 훈련 끝에 마라톤에 도전했다. 본인의 체력과 호흡에 따라 10키로, 5키로에 도전했다. 평소에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뿐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오십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마라톤에 도전한 것은 ‘제1회 부천기부런’이 계기였다. 부천기부런은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부천희망재단이 주최가 되고 부천시가 협력하여 개최했다.

   마라톤의 취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널리 알리고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취지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고 의료, 복지, 주거 전 분야가 통합적으로 함께 노력하는 따뜻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마라톤으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 움직이며 기부의 마음까지 나눌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내 생에 첫 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그랬다. 혼자라면 못했을 것이다. 내 옆에 나처럼 처음이고 조금은 어설프지만 의지를 가진 사람들과 같이 뛰는 마라톤. 나 혼자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옆에 같이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만드는 것이 복지의 출발인 것처럼.

    한 번도 해본적 없는 마라톤을 도전하고 끝까지 뛰어 본 경험. 그 성취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옆에 있다고 하는 행복. 내 생에 첫 마라톤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은 마라톤대회가 끝나도 이 모임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첫 마라톤’이 아니지만, ‘첫 마라톤’의 마음으로 매주 일요일 오전에 모여 함께 달리기로 약속했다. 함께 달리며 서로를 지키는 마라톤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참가 후기>
운동 잼뱅이인 제가 오십 중반에 들어섬을 잊고 겁도 없이 10km 마라톤에 도전했어요. 기부런이라 신청은 하였으나 못 뛸 거 같아 ‘포기할까’ 전날 까지 고민했어요. 못 뛸 명분을 찾지 못해 당일 참여하여 뛰다 걷다 기진맥진하여 골인하여 193등을 했지요.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한 마라톤이라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지금도 대장들녘을 바라보며 헉헉 달리며 소금기 가득한 땀을 닦던 그때가 눈에 선합니다. 마라톤 또 안하나요? - 한희자
오랜시간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몸이었기에 몇번을 망설이다가 내생마 모임에 가입하여 회원님들과 함께 하며 몸을 다지며 5키로 도전~! 출발 할 때 불안했던 마음은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가득차게 되었고, 더불어 또 다른 도전을 해 보고싶다는 의욕까지 충전해주는 감사한 기회가 되었답니다. - 박선옥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