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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잡이 풍경을 즐기기 위하여
최진우 조합원 (부천YMCA 이사)  |  jinune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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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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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참게와 늙은 농부의 슬픔
  굴포천 주변의 넓은 대장들녘 논은 한강의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는 곳입니다. 봄에 한강과 연결된 물길이 열리면 어린 참게들이 논에 들어와서 살다가 가을이 되면 다시 한강하구로 떠납니다. 인간이 만들어준 농수로와 논은 참게에게 위험하지만 천국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참게의 사는 형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농약과 제초제의 사용으로 논에 개구리와 수서생물이 사라져 먹이가 충분하지 않고, 수로에 둑방이 정비되고 버드나무와 수초가 제거되어 숨을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같이 동고동락하며 살아갈 형제와 친구들이 줄었습니다. 참게에게는 야간에 불을 밝히는 차량과 자신들을 쓸어가는 낚시꾼만 많아 보이고 농부의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늙은 농부는 오늘도 논을 그저 바라다봅니다. 예전에는 농사를 크게 지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식 뒷바라지를 했던 논이었고, 한때는 ‘부농’이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논이 외지인에게 팔렸고, 얼마 안 되는 자기 논도 영농조합에서 기계로 농사를 대신 짓고 있습니다. 마을 초등학교에는 예전에 학생이 1,300명이 넘어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마을에 넘쳐났는데, 이제는 10명도 남지 않았고 화물차 지나가는 소리와 먼지가 마을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마음이 풍요로웠던 시절, 늙은 농부가 그리워하는 것은 단연 참게잡이와 간장게장입니다. 어린 참게와 늙은 농부는 그 시절을 돌이켜 봅니다.

#겨울 한강하구, 어미품에서 태어난 조에아의 성장
  매서운 겨울 서해바다와 가까운 한강하구에서 한 달간 알을 품은 어미 참게가 드디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 마리 어미에서 수십만 마리의 유생이 부화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십여 마리 정도만이 살아남아 바닷물 냄새가 짙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겨울철 농한기에 농부는 밥맛이 즐겁습니다. 지난 가을 추수하여 얻은 쌀밥에 같이 먹는 간장게장이 일품입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로 참게의 맛과 향기에 취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웁니다. 가을걷이로 바쁜 시기 농수로에 게막을 설치하여 밤을 새워 참게를 잡아들여 간장게장으로 담가 두 달 정도 숙성시킨 별미입니다. 농부는 참게가 주는 넉넉함과 즐거움에 몸과 마음이 풍요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른 봄 어린 참게무리가 한강하구 상류로 이동
  참게 유생은 바닷물에 적응하여 살다가 한 달이 지나면 어린 참게로 변신합니다. 어린 참게들은 무리를 지어 자신들이 태어난 바다를 떠나는 출정식을 합니다. 자신들의 부모가 자란 민물로 떠나는 대장정의 시작입니다. 그들은 강한 자외선과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어두운 밤에 이동을 합니다. 어린 참게들은 본능적으로 강물냄새를 맡으며 한강하구 기수역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빛아래 땅의 실루엣을 느끼고, 눈이 멎을 정도로 밝은 김포의 포구와 고깃배도 보게 됩니다. 지금은 무사히 지나가지만 다시 돌아오는 시기에는 가장 험난한 마지막 관문인지 모른 채 말입니다.

 
한강하구 수변에 도착한 어린 참게들은 여독을 풀고 재충전을 하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그러나 괭이갈매기와 도요새 무리의 공격으로 많은 친구들을 잃게 됩니다. 땅을 파서 숨어보지만 부리가 긴 마도요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겨울동안 맛있게 먹었던 간장게장 양식이 떨어진 농부는 참게가 다시 돌아오기를 그리워합니다.

   
 

#어린 참게무리의 고향 앞으로 대열
  한강하구는 두 개의 강물 줄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임진강과 한강입니다. 어린 참게무리들은 본능적으로 부모가 자라난 강물의 냄새를 맡고 이동합니다. 예로부터 파주와 연천지역의 임진강으로 갔던 참게들은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이유로 옥돌참게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한때 군사적 접경지역으로 참게가 살기 좋았지만, 지금은 특별히 다를 게 없습니다. 같이 이동했던 무리 중에서 절반이 임진강으로 향했고 나머지는 한강으로 이동합니다. 어린 참게들은 본능적으로 골고루 흩어져야 우리 모두가 잘 살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한강으로 들어온 어린 참게 군단은 김포와 고양의 하천과 농수로를 따라 가는 무리들이 먼저 고향땅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남은 무리가 이동하는 곳은 부천과 서울이 고향입니다. 굴포천 주변 동부간선수로를 따라 김포공항 주변 농경지로 올라갈 무리들은 이곳에서 물길이 열릴 때까지 휴식을 취하면서 때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서울로 진군하는 무리들에게 격려의 작별인사를 보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친 물살과 포식자가 도사리고 있는 신곡수중보를 넘어야 합니다.

#4월 중순 어린 참게무리의 동부간선수로 이동
  4월 10일경, 동부간선수로의 물길이 열리면 어린 참게무리의 이동이 시작됩니다. 짠 바닷물이 사라지고 비릿한 강물냄새를 맡으며 밤하늘의 달빛에 이끌려 미지의 세계로 들어옵니다. 90여 년 전에 동부간선수로가 처음 생겼을 때, 어린 참게무리들 간 기존 자연하천을 따라 갈 것인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물길로 갈 것인지에 대해 큰 격론이 있었습니다. 인간을 믿지 못하지만 모험 많은 일부 무리가 동부간선수로를 선택하여 대장들녘 논습지에 쉽게 갈수 있는 길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이 만든 물길은 위험하지만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굴포천보다 선호하는 길이 되었습니다.

  수로를 따라 들어온 어린 참게들은 내륙의 넓은 들판에서 봄바람에 나부끼는 버드나무 이파리와 갈대의 멋에 반하게 됩니다. 예년에 먼저 들어와서 살고 있는 참게 삼촌들이 어린 참게들을 환영해 주지만, 어린 참게들은 그들 곁에 살아서는 안 되므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합니다. 농부는 모내기를 위해 논을 갈고 물을 채운 후 써레질 작업을 합니다. 이때 날아오는 황로, 백로에게 들키지 않게 어린 참게들은 잘 숨어 있어야 합니다.

#5월 농수로에 대기, 모내기 마친 후 논바닥 입수
  동부간선수로에 가득찬 물이 용수로를 따라 거미줄처럼 논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농부의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어린 참게들은 모내기가 끝나지 않은 논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주변 삼촌 참게들에게 들었습니다. 논에 들어갔다가 사람과 기계에 밟힐 수 있고, 포식자에게 잡혀 먹힐 수 있습니다.

  어린 참게는 농수로와 논둑에 숨어 지내다가 농부의 모내기가 끝나면 그날 밤 논바닥으로 입수합니다. 서해바다가 가까운 한강하구를 떠나온 지 두세 달 만에 느껴보는 평안함입니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 참게들은 한국산개구리와 수서곤충을 잡아먹으며 지친 몸을 달랩니다.

#여름 논에서 어른 참게로 성장
  김포공항 주변 논에는 참개구리보다 등에 금줄이 선명한 금개구리가 더 많습니다. 금개구리는 참개구리에 비해 뜀박질을 못하여 참게들이 즐겨 사냥하는 먹이입니다. 벼 알곡이 익어가는 한여름의 논에서 어수룩한 저녁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와 개구리 합창이 들리면 참게가 깨어납니다. 참게는 금개구리의 희생으로 속살을 찌우고, 껍질을 단단하게 키워갑니다.
  참게는 벼와 함께 농부의 발걸음을 들으면서 성장합니다. 왜냐하면 가뭄과 태풍이 와도 농부가 땀 흘려 논둑을 보수하고 물길을 잡아주어 논생물이 잘 살 수 있도록 보살펴 주기 때문입니다. 농수로의 통발에 어린 참게가 걸렸으나, 농부는 아직 어린 녀석이라고 풀어줍니다.

#9월 에너지 비축의 시기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야간 기온이 떨어지면, 참게들은 본능적으로 한강하구로 돌아가는 대장정의 이동을 준비하거나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생리반응이 시작됩니다. 참게들은 9월까지 많은 먹이를 먹어 체내에 노란색의 영양분을 비축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이 영양분을 알로 착각하고 고단백질을 섭취한다고 믿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참게와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농부는 벼 수확을 위해 논에 물을 빼기 시작하며, 9월 중순에는 동부간선수로에도 물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농부와 참게 모두에게 가을은 결실을 맺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가을 동부간선수로의 이동
  논에서 2~3년을 지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영양분이 가득하여 생식적 반응이 무르익은 청년 참게들은 이제 황금들판으로 물든 들녘을 떠나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논에 사는 이웃 어린 참게와 한밤중에 작별인사를 하고 동부간선수로로 이동합니다. 수로 바닥 첨벙첨벙할 정도의 얕은 물에 비쳐진 달빛을 따라 무리들이 살금살금 걸어갑니다. 밤하늘에 비친 은빛 물억새의 물결과 사각사각 갈대소리를 들으며 조심스럽게 이동합니다. 앞으로 닥칠 위험을 무릅쓰고 무엇을 위해 하구로 가는 것인지 모른 채 그들의 발걸음은 빨라집니다.

  추수를 마친 농부는 서둘러 수수깡으로 발을 만들어 수로에 말목으로 고정합니다. 가을밤 참게무리가 지나가는 물길에 함정을 만들어 참게를 잡기 위해서는 매복을 해야 합니다. 가을밤 바람을 피하기 위해 볏짚으로 염을 엮어 만든 움막 안에서 참게를 기다리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농부의 마음을 풍족함으로 가득하게 만듭니다. 게막 바닥에 하얀 사기그릇을 두고 기다리면서 새까맣게 몰려오는 참게를 주워 담기만 하면 됩니다. 농부의 게막과 통발을 무사하게 피한 참게는 쉬지 않고 강하구로 계속 전진합니다.

   
 

#11월 한강하구 도착, 짝짓기, 산란
  농부의 게막과 통발의 위험을 피해 무사히 한강하구에 도착한 청년 참게들은 비릿한 강물이 아닌 짭쪼르한 바닷물 냄새를 맡게 됩니다. 참게가 태어난 곳, 2~3년 만에 다시 들린 하구에서 바닷물은 그들의 원초적인 번식 본능을 자극합니다. 청년 참게들은 일제히 배우자 찾기에 나섭니다. 암컷은 보다 더 건강하고 힘세고 지혜로운 수컷을 짝으로 선택하여 사랑을 나눕니다. 짝짓기 후 수컷은 생명의 유전자를 남기고 인생을 마감합니다. 너무나도 짧은 순간의 사랑으로 끝나버리지만, 그 결과는 위대합니다. 참게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는 강물냄새의 기억, 수로를 따라 논습지로 찾아가는 능력, 금개구리를 사냥하는 능력, 농부를 피하는 능력을 전수해 줍니다.

  게막에서 잡힌 참게들은 강하구의 짠물이 아닌 농부의 집에서 뜨거운 간장의 짠맛을 느끼면 생을 마감합니다. 가을바람이 살찌운 참게를 얻은 농부는 부양할 가족을 생각하며 몸과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12월 포란후 바다로 이동하여 부화
  참게 수컷은 역할을 다하고 생을 마감했지만, 어미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강하구에는 바다생물과 밀물생물이 교차하여 많은 포식자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게의 유생은 민물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습니다. 알을 몸에 직접 품고 바다 가까이로 이동해야 합니다. 암컷 참게에 수컷과 달리 노란 영양분이 더 많은 이유가 산란이후에도 새끼를 보호하는 삶을 한 달 더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물에서 농부의 게막과 통발을 피해왔다 하더라도, 한강하구 김포 포구의 그물을 피해야 하는 것이 마지막 관문입니다. 예전에는 어린 참게가 바닷물에서 강물로 가기 위해 그냥 지나친 포구였지만, 이제는 어부의 그물을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수십만 마리 새끼를 위해서... 참게는 농부가 키우고 어부가 때로 잡습니다.

#참게잡이 풍경을 즐기기 위하여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참게를 잡아갔지만, 과거에 참게들은 그들을 증오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참게가 살을 찌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농부가 잘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참게가 말합니다. 우리에게 예전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을 돌려준다면, 우리 무리의 일부는 기꺼이 농부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간장게장이 되어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참게는 예전 풍요로웠던 참게잡이 게막 풍경이 그립습니다.

   
▲ 가을보름달참게게막

 

본 원고는 부천시 대장들녘에서 오랫동안 농부로 살아온 어르신의 구술에 기반하여 작성된 스토리콘텐츠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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