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비둘기는 그 시절 누구에게나 그러했듯이 나에게도 평화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중학교 때였던가?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를 배울 때까지만 해도 비둘기를 인간 문명에 의해 생존의 터전을 상실한 가엾은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인간이 흘린 음식 부스러기를 주식으로 삼고 가끔 아이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별식으로 삼아 서식하는 모습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무렵부터 이들을 들고양이와 더불어 도시의 천덕꾸러기처럼 여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런 비둘기 몇몇이 몰려있으면 피해 다닌다. 그들은 그저 빼앗긴 것뿐인데 난 왜 이리 염치가 없어졌는지.

도시에 비둘기가 있어 도시가 더럽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시 문명 가두어 그네들의 삶이 피폐해져 있음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다. 소음에 지쳐 공해에 지쳐 도시 한 켠의 비좁은 자연 속에 쉬고 있는 모습이 편안해 보면서도 짠하다. 어쩌면 이건 나에 대한 위로일 수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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